[전문가 기고]2년 주기의 임단협을 노조가 먼저 제안한다면...

김 필 수(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2023-11-06     기고
[매일일보 기고]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은 지난 70여 년간 유일하게 후진국 수준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했다.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될 만큼 대단한 실적이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수만 개의 부품 산업이 유기적으로 관련되는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국가 산업 및 경제발전의 초석을 이룬다. 다른 후진국이 필수적으로 하고자 하는 분야지만, 그리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늦지 않게 전기차, 수소전기차를 주도 모델로 선정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전기차의 경우 글로벌 선두그룹에 포함됐다. 수소전기차는 궁극의 차종이지만 기술적 완성도가 필요한 모델이라 현재는 전기차 주도 모델이 됐다. 최근 전기차의 보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전동화는 당연한 흐름이 됐다. 향후 5~10년이 주도권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의심치 않는다. 최근 국내외의 변수가 크게 등장하면서 전기차 시장은 더욱 치열한 시장이 됐다.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같은 자국 우선주의 법안이 진행되고 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글로벌 시장 요동, 물가 상승 등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 공급이 더뎌지고 있고 배터리 원자재는 물론 공급 측면에서 주도권 싸움도 더욱 치열하다.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안정화라고 할 수 있다. 기존 내연기관차 부품에서 전기차 부품 등으로 옮겨가야 하는 숙제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보다 노사 안정화라는 것이다. 국내는 노사분규 등 강성노조가 해외에서도 악명을 떨치고 있다. 국내에서 사업하기 힘들다는 구조가 자리매김하고 있고 각종 노사 문제로 인한 부정적인 시각은 더이상 거론하기 힘들 정도다. 특히 매년하는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은 사업체가 언급도 기피할 정도가 됐다. 지난 정부의 노동자 친화 정책으로 국내 투자는 거의 없었고, 해외로 나간 기업이 다시 되돌아오는 리쇼어링 기업도 거의 제로라 할 것이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IRA 등 자국 우선주의로 인한 자국 내 기업 설치 의무화 같은 ‘마초식 법안’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돼 국내의 산업 공동화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도 다가오고 있다. 노사 협상이 많아지면서 일 년 내내 협상만 하다가 사업은 언제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많아지고 있다. 임단협의 연간 협상은 거의 소모적이라 할 수 있다. 매년 진행하면서 반년은 소모하여 아무 걱정 없이 정상적인 생산을 할 수 있는 기간이 매우 짧다. 경우에 따라 그해에 타결되지 못하면 그다음 해에 진행되면서 두 번이나 협상을 하는 웃지 못할 사례도 등장한다. 미국 등 해외 선진국은 3~5년 사이에 진행하면서 걱정 없이 생산에 몰입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낙후된 시스템에서 일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노조 집행부의 존재 이유가 임단협을 즐긴다는 충격적인 의견도 나올 정도다. 여기에 임단협의 내용도 ‘아니면 말고식’의 말도 안 되는 조건도 내밀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경영내용에 관여하면서 회사 경영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모든 조건 하나하나가 경영에 관련되는 항목이 많아지면서 능동적인 경영 전략 확대에 가장 큰 암적 덩어리로 나타나고 있다. 노조는 경영 참여가 아닌 작업 환경이나 봉급 등 기본적인 부분에 올인해야 한다. 이제는 영역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인 상황이다. 최소한 임단협을 2년마다 하는 제의를 노조가 진행하면 어떨까? 사측 역시 진정성을 가지고 노조를 바라보고 함께 한다는 융합된 의지가 중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