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치솟는 이자에 '개점휴업'…美 금리 정점도 '안갯속'

공모채 시장 꽁꽁…우량기업도 사모사채·장기 CP로 선회 상단 불확실한 美최종금리 ..."기업 자금난 내년 더 심화"

2023-11-06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회사채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돈줄'이 마른 기업들은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자금 조달 환경이 척박해지면서 신용등급이 높은 대기업 계열사까지 공모채 대신 장기CP와 사모채 시장으로 우회하는 등 조달 구조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목은 최종금리 상단이 아직도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또 다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면서 국내 채권금리가 큰 폭의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다. 앞서 미 연준은 지난 3일(한국시간) 올해 6·7·9월에 이어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지난달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기록적인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이번 자이언트 스텝은 시장 안팎에서 예상된 결과였다. 하지만 미국발 금리인상 기조에 국내 회사채 시장의 불안정한 흐름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사모사채·기업어음(CP) 등으로 자금조달 통로를 늘리고 있기도 하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4.118%를 기록중이다.  시장에선 미 연방기준금리가 3.75~4.00%로 오르게 되면서 우리나라 기준금리(3.0%)와의 격차도 100bp까지 확대되면서 채권금리도 앞으로 더 급등할 거로 내다보고 있다. 채권 전반의 금리가 큰 폭 상승세로 돌아선 배경은 최종금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다. 파월 의장은 이번 FOMC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에 대해선 "매우 시기상조"라며 "최종금리 수준은 지난번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연준이 제시한 내년 기준금리 상단 수준인 4.6%를 넘어설 것으로 시사한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간 시장에서는 이번 자이언트 스텝을 예상해 시중금리에 반영을 해오면서 이후 연준의 인상 기조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며 "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부터는 금리인상 폭이 둔화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은 오히려 최종금리 수준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강경 기조였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연준은 천천히 갈 수는 있어도 더 높게 갈 것이라는 기조를 밝히면서 시장에서는 또 한번 충격을 받은 것"이라며 "미국의 최종 정책금리 상단은 5.0~5.5%까지 전망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리 변동성에 따른 채권 시장 불안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은 주요 자금조달 창구인 공모 회사채 시장을 떠나 자금조달 방안을 모색하는 데 분주해졌다. 지난달 과감히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 LG유플러스(AA/안정적), 한온시스템(AA-/안정적), 한화솔루션(AA-/안정적) 등은 우량한 신용등급을 앞세우고도 모집액을 채우는 데 실패하기도 했다.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매년 가장 많은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 중 하나였던 SK㈜도 최근 장기 CP로 방향을 선회했다. SK㈜는 오는 10일 3년물, 5년물 각각 1000억원씩 총 2000억원 규모의 장기 CP 발행에 나선다. SK가 만기 1년 이상의 장기 CP를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모 방식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발행된 사모사채는 총 360건으로, 전년동기(303건) 대비 20% 가까이 늘었다.  IB 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의 채권 자금 집행이 극도로 위축되면서 공모채 시장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며 "자금조달이 급한 기업들은 사모시장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데, 7~8%대에 달하는 발행금리를 감수하고 조달에 나선다는 것은 기업들이 처한 자금난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회사채와 국고채 간 신용도 차이를 보여주는 스프레드(금리 차이)가 계속 벌어지며 기업들의 조달 환경 악화는 지표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4일 기준 'AA-'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와 국고채 3년물 금리의 신용 스프레드는 1.094%포인트까지 뛰었다.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스프레드 확대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이 위축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기업들의 자금난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남은 두 번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밟을 경우 대기업 50%가량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낼 수 없는 취약 기업으로 분류될 것으로 봤다.  IB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한은이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데다가 미국의 최종 정책금리 상단도 예상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돼 기업들의 자금조달은 내년까지도 어려운 흐름을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