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플랫폼社 규제… 독과점 부추긴다
공정위, 올해 내 온라인 플랫폼 심사지침 제정
소상공인 자영업자 규제 찬성… 소비자 기만 행위도 규제
尹정부의 '자율규제'와 모순… 기업 성장 막고 신규 업체 진입 차단 우려
2023-11-07 이용 기자
[매일일보 이용 기자] 플랫폼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자, 정부가 제 2의 카카오 먹통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플랫폼 규제 신설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일각에선 규제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한편, 현장 혼란만 부추길 것이란 우려 섞인 주장이 모아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해외 입법 사례를 참고해 플랫폼 독과점 규제 관련 법제화를 검토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내에 온라인 플랫폼 심사지침을 제정하고, 플랫폼사가 인수·합병으로 사업 확장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기업결합 심사기준을 개정할 계획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기업의 독과점이 지속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의 분할까지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플랫폼과 갈등을 빚었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대체로 규제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은 예전부터 독과점 지위 플랫폼의 수수료 인상, 배달비 등의 횡포를 막아달라며 일명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을 강조해 왔다.
플랫폼 수수료·광고비가 올라갈 경우 입점 업체 대부분은 ‘제품·서비스 가격 인상’을 단행할 수 밖에 없다. 플랫폼과 업체 간 수수료 갈등이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졌던 만큼, 규제에 찬성하는 소비자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플랫폼의 소비자 기만 행위와 개인정보 보호 정책 부실 및 전자상거래법 위반 등에 허점이 만연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와 관련된 대응책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실제로 숙박 예약 플랫폼인 부킹닷컴과 아고다는 ‘추천 목록’에 뒷광고를 받은 업체를 올려줘 소비를 유도했다는 사실이 적발돼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기업의 자율규제를 강조한 만큼, 당국의 규제 법제화는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국내와 맞지 않는 유럽·미국의 사례를 토대로 규제를 마련하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럽에서는 토종 플랫폼의 경쟁력이 부족한 편으로, 사실상 구글·넷플릭스·아마존 등 해외 플랫폼을 견제할 수단이 거의 없다. 한국이 네이버, 웨이브, 쿠팡 등 토종 플랫폼으로 대응 가능한 것과 차이가 있다. 유럽연합은 규제를 활용해 해외 플랫폼을 견제하는 한편, 자국 기업의 성장을 독려하는 중이다.
미국이 독과점 규제 대상으로 지목한 구글과 아마존 등은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거대 기업이다. 사실상 내수용 기업이나 다름없는 카카오, 배달의민족과는 규모가 다르다.
전문가들은 규제가 기존 기업의 성장을 저해 헤 오히려 해외 플랫폼의 진입을 조장하며, 동시에 신규 업체의 진입을 가로막아 산업계 전체의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표적인 규제 사각지대인 비대면 진료 플랫폼 분야에는 정부 허가를 받아야만 사업을 할 수 있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 관련 스타트업 측은 이미 시장 선점한 닥터나우, 올라케어 등에 밀려 진입하지 못 할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동시에 기존 플랫폼 또한 사업 확장에 규제가 적용돼 해외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
박유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센터장은 지난 2월 '4차산업혁명 시대, 플랫폼의 바람직한 역할과 정책방향 토론회'에서 플랫폼 특성과 규모에 따른 맞춤형 지원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규모 플랫폼에는 기술과 인력지원을, 중규모에게는 성장을 지원하는 등 플랫폼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플랫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