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오마하의 현인 워런버핏이 IT 종목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바로 애플이다. 이를 애플의 성장성이 유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국내 투자자 및 산업계는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워런버핏이 IT 기업을 성장이 담보된 산업으로 인식했다는 의미다.
과거 빌 게이츠가 컴퓨터 종목에 투자하라고 권했을 때도 껌 생산 기업에 투자했던 그였다. 워런버핏은 자신이 잘 아는 종목에만 투자한다는 전략을 고수해왔다. 그런 그는 가치투자만으로 세계적인 부를 쌓은 인물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카콜라다. 워런버핏은 본인이 애용하는 코카콜라에 대해 오래도록 사람들이 선호하는 기호식품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장기적으로 성장이 꺾이지 않을 종목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실제 코카콜라에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다. 코카콜라는 여전히 버크셔해서웨이가 투자한 비중 높은 종목에 속한다.
버크셔해서웨이가 투자하고 있는 종목은 코카콜라를 비롯해 뱅크오브아메리카, 셰브론, 어메리칸 익스프레스 등이다. 이들은 전통산업으로 성장산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 중 이질적인 애플이 한자리를 차지했다. 애플은 디지털전환, 4차산업 혁명 등과 연관성이 높은 사업 속성에 따라 성장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산업 특성상으로는 버크셔해서웨이가 투자 중인 다른 종목에 비해 실적 변동성이 높은 편이다.
이런 애플은 펜트업 수요가 둔화된 3분기에도 호실적으로 이름값을 증명했다. 애플은 강달러가 아니면 실적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애플과 경쟁하는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국내 IT기업도 꿀릴 것이 없다. 양사 3분기 실적은 주춤하긴 했으나 삼성전자는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에서 애플보다 우위에 있고 반도체부터 수직계열화가 잘 구축돼 있는 강점이 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한 이후 양사와 사뭇 성질이 다른 종목이 됐지만 가전 사업으로 미국 월풀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 있다. 워런버핏이 잘 아는 종목을 선호하는 만큼 접근성이 높은 애플에 투자한 것은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경쟁사인 삼성전자나 LG전자에 대해 평가절하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보다 국가, 산업적으로 IT기업이 미래 성장을 주도할 분야로 인식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전략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애플은 애플카를 만들 것이란 소문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애플카 진출 여부는 애플에 부품 납품 비중이 높아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 LG전자나 LG이노텍에 대한 관심도 유발하고 있다. 만약 버크셔해서웨이가 애플카까지 염두에 두고 투자한 것이라면 워런버핏의 선택은 국내 기업의 직접적인 수혜가 될 수도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애플의 애플카 진출이 실현 가능성 있는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배터리 등 납품 업체는 중국 ATL이 되지 않을까 점치고 있다. 다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때문에 국내 업체에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상존한다.
IRA는 국내 현대차 등 완성차 업계의 위기요인으로도 인식되고 있지만 배터리 및 부품, 소재나 신재생에너지업계 등에는 기회로 부각되고 있다. 애플카가 현실화 된다면 국내 기업은 중국과의 경쟁 속에서 IRA란 변수를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최근 미중 무역갈등 속 한국이 처한 산업 위치가 대체로 그런 식이다. 애플카란 기회를 잡기 위해서도 LG를 비롯한 배터리 업체뿐만 아니라 국가 산업적인 측면에서 정책적 현안으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