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자고나면 믿기지 않은 소식들로 의아할 때가 많은 요즈음. 하루하루가 신세계에 머무르는 듯한 일상의 연속이다. 한류(korean wave)의 열풍. 마땅히 그 주인공이어야 할 우리의 이야기가 마치 여러나라의 소식처럼 외신으로 전해지고, 화들짝 놀란 모두가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을 지경이다. 가요, 영화, 드라마, 그리고 음식과 뷰티 등 대중문화의 파급을 넘어 어느 틈에 K-클래식으로, K-방산으로 합세한 모양새다.
김구 선생의 ‘문화강국론’을 대뇌지 않을 수 없겠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당시 일제 치하에서 벗어난 혼란스런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그런 희망을 가지셨을지 감탄과 존경해 마지않을 뿐이다. 선생의 바람과 희망이 열망이 되었을까. 세계유일 분단 국가라는 엄중함과 국제 질서의 냉혹함 속에서 문화선진국이란 꽃과 열매가 알알이 결실을 맺고 있으니. 무한 감동과 자긍심으로 점철된 다음의 한류는 또 어느 분야가 될 것인가.
한데 예기치 않게 전해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진행된 핼러윈 축제 도중 압사 사고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해 나라 안팎이 큰 슬픔과 좌절에 휩싸였다. 이같은 참상의 기억이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우리와 동떨어진 얘기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말을 언제까지 입에 담아야 하며 사후에 청심환, 상여 뒤 약방문의 우를 되풀이하지 않을 때는 과연 언제가 될 것인가. 그 때를 기다리는 게 요원한 일로 여겨져야만 하는 것일까.
해답은 문제 안에 있다고 한다.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차분히 들여다보면 ‘안전 한국의 실현’이란 삶의 모토가 그리 난해한 일도 아니다. 이번 사고만 놓고 보아도 그렇다. 1930년대 미국 보험 회사의 관리자였던 하인리히가 5,000여 건의 산업 재해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주창한 이른바 ‘하인리히 법칙’에 준하여 생각해 보자. 그의 이론은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반드시 유사한 작은 사고와 사전 징후가 선행한다는 경험적인 법칙이다. 먼저 관련 메뉴얼에 따른 예방, 안전교육 등이 평소에 철저히 이루어졌는지, 좁고 경사진 골목으로 수많은 인파가 움집한 시점은 언제이며 작은 위험이라도 예견했다면 서로가 어떤 현장 대응책을 강구했는지, 관계 당국으로 연결된 신고 내용은 접수와 동시 유관기관에 전파되어 순발력있게 대응할 수 있었는지, 또한 소방관들의 출동이 더디지 않게 교통을 안내하거나 방해되지 않도록 비켜서는 등 재난현장 기본질서 유지의 동참 여부 등을 짚어봐야 할 뿐 아니라, 사고가 일어난 골목에 설치된 가벽과 인근 골목길의 불법 증축물이 버젓이 방치된 체로 논란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 또한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우리가 문제의 답을 찾을 수 없었던 게 아니었다. 실행의 여부가 문제였고 난제인 거였다. 설마하는 안일함과 안전에 대한 경각심의 부재가 만들어낸 총체적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메뉴얼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메뉴얼은 유사시를 대비하여 마련한 관련 방책이며 행동 지침이라 할 수 있는바, 메뉴얼을 갖추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있다고 해서 사고가 비껴나지도 않을 뿐더러 메뉴얼이 없어 사고의 원인을 키웠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메뉴얼을 제작하고 양산하면 그만일테다. 결국 지속적인 관심과 예방의 노력, 그리고 안전의식의 저변에 스민 아름답고 따스한 실행의 여부가 문제일 뿐이다.
참혹한 현장을 떠맡는 게 일상인 이 땅의 소방관들이 있다. 밤낮없는 긴장과 불안의 끈에 매달려 외롭게 쓸쓸하게 자신과의 사투를 벌이는 저들이 있다. 대국민 소방안전 ‘소소심(소화기, 소화전, 심폐소생술)’ 교육을 위해 기회를 엿보는 이들이다. 소화기 사용법을 익히며 불 관리의 중요성을 알고, 소화전의 위치와 기능을 돌아보며 내 가정 내 직장은 내가 지킨다는 안전의식과 함께,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익히는 게 곧 사랑이며 인류애의 실천이라는 점을 되새기는 일이야 말로 소방에 대한 진정한 관심이며 성원이어야 함을 알아야겠다. 나아가 소방으로 향한 온국민의 사정없는 채찍과 독려 속에 세상에서 가장 믿음직한 소방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안내자의 역할에도 충실해야 하겠다.
11월 9일은 소방의 날이다. 소방의 날에 즈음하여 일년에 단 하루라도 우리 모두가 명예소방관이 되면 어떨지 제안하기로 한다. 이 역시 사후약방문이라 비난해도 좋다. 그것은 최후의 약방문이어야 할 것이며 김구선생의 문화강국론이 찬란한 결실을 이루었듯 이제 우리도 안전문화의 창조자가 되어 그 대열에 함께 해야 할 때다. 그리하여 안전한 한국 ‘K-safety’로 세계 속에 거듭나길 소원해 본다. 모두가 대한민국 소방관이어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