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밀 지하철 곳곳 사고위험 징후…안전대책마련 시급
출근길 ‘지옥철’ 만성 혼잡, 이태원 참사 후 안전 우려 증폭
서울시, 강남·송파역 등 현장분석 착수…안전대책 강구
2023-11-08 조성준 기자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이태원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서울 지하철 혼잡도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7일 서울 지하철 1호선은 지난 6일 서울 영등포역에서 발생한 무궁화화 탈선사고 여파로 7일 오후까지 서울 지하철 1호선 일부 구간 열차가 지연되며 혼잡을 겪었다. 여기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까지 겹쳐 4·5·8호선 운행도 지연됐다.
이태원 참사로 시민들이 군중 밀집 현상에 대한 경계심이 커진 상황에서 지하철에서 혼잡 상황이 발생하자 시민들은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일부 시민들은 경찰과 소방 등에 신고 전화를 하기도 했다.
당시 출근길에 구로역을 이용했다는 한 시민은 “탈 때도 내릴 때도 사람 사이에 꽉 끼어서 휩쓸려 가니 무서웠다”라며 “탈선 사고로 (지하철) 혼잡이 예상됐으면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승객들은 평소보다 줄어든 열차를 기다리느라 1시간가량 지각하고 인파에 휩싸여 불편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명 ‘지옥철’로 불리는 출퇴근길 지하철은 혼잡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이번처럼 특별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도 서울 주요 역들은 매일같이 겪는 현상이다. 안전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지하철 혼잡 현상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사실상 대책 없이 방치돼온 셈이다.
서울시는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행정사무 감사에서 서울교통공사와 함께 혼잡도가 높은 지하철역을 대상으로 현장 분석에 착수하기로 했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1∼8호선 지하철역 가운데 올해 1∼9월 하루 평균 승하차 인원이 가장 많은 역은 강남역(14만1158명)이었다. 잠실역(2호선) 13만50명, 홍대입구역 11만3316명, 신림역 10만7301명, 구로디지털단지역 9만8775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혼잡도가 특히 높은 역으로 지목된 신도림역은 일평균 승하차 인원이 2호선만 8만5208명이었고, 사당역도 2호선만 7만1467명, 종로3가역은 1호선만 4만4289명이었다.
백호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신도림역, 사당역, 종로3가역 그리고 9호선 주요 역사는 늘 이용하는 시민들이 불안함을 느낀다”며 “우선 시와 서울교통공사가 합동으로 혼잡도가 높은 역을 찾고 전문가와 현장을 분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와 함께 이동 동선과 안전시설 보강, 대피공간 확보, 모니터링 폐쇄회로(CC)TV 설치 등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 첫 작업으로 지난 6일 서울 지하철 2·3호선 교대역 내선 방향 환승통로에는 일방통행 테스트용 간이 펜스가 설치됐다. 교통공사 측은 유동인구가 많은 역에 중앙분리대를 설치해 일방통행이 안전 유지에 효과가 있는지 실험하기로 했다.
공사 관계자는 “일방통행 유도 효과가 확연하게 확인되면 다른 역에서도 자체적으로 판단해 설치하게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