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금리시대 카드 할인·무이자 사라진다

신한·삼성·현대카드 등 ‘무이자할부’ 축소 여전채 금리 급등에 ‘비용 절감’ 나선 영향

2022-11-08     홍석경 기자
조달비용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우리나라 카드사들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무이자할부 등의 혜택을 축소하고 있다. 금리 상승세가 가파른 가운데, 채권시장 경색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비용 절감에 나선 영향이다. 8일 여신업계 따르면 신한카드는 이달 온라인쇼핑과 손해보험 등에 제공하던 6개월 무이자할부를 3개월로 축소했다. 삼성카드도 아울렛과 백화점, 온라인쇼핑몰 등에 제공하던 6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3개월로 줄였다. 현대카드는 현대자동차 구매 시 제공하던 12개월 무이자할부를 3개월로 단축했다. 석 달 전까지만 해도 쉽게 찾을 수 있던 연 2%대 오토할부 상품은 종적을 감추고 이제는 8%대 상품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정보포털에 따르면 이달 국내 주요 카드사의 오토할부 금리는 6%대 수준을 나타냈다. 캐피털사 사정도 비슷하다. 할부 금리를 높이는 등 ‘디마케팅(고객 구매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마케팅)’에 나서거나, 일부 소형 캐피털사는 신규영업을 사실상 중단하고 있다.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의 48개월 기준 할부 금리는 이달 들어 연 6%로 올랐다. 올 초의 연 2.7%에서 두 배로 금리가 뛴 것이다. 여신업계가 이렇게 서비스 비용을 아끼거나 소비자 부담을 높이는 배경은 자금 조달 시장이 경색했기 때문이다.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나 캐피털사들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 여신업계는 은행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줘야 하는데 법인 등 수요가 줄며 발행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이 발행하는 기타금융채 순발행액은 지난해 14조8213억원에서 올해는 7조9133억원(지난 4일 기준)으로 반토막이 났다. 여전채 금리(AA-, 3년물 기준)는 올해 초 연 2.634%에서 지난 4일 6.285%까지 급등했다. 서민들의 급전 창구인 카드론 문턱마저 높아질 조짐이다. 카드론의 경우 최고금리가 연 20%로 정해져 있어 금리를 올리기 힘든 만큼 연체 가능성이 높은 저신용자에 대한 한도 축소부터 나설 수 있다. 자금 시장 경색은 카드사들의 유동성 위기로도 확산할 수 있다. 내년 20조원이 넘는 채권 만기가 돌아온다는 것에 더해 잔존 만기 6개월 이하 단기물도 30조~40조원에 달한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10월 ‘금리상승이 촉발한 변동성 확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내년 1·4분기까지 기준금리가 1%p 추가 인상된다는 조건으로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2023년 카드사가 부담할 이자비용은 최근 3개년 평균 손익의 29.7%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전망되는 누적 이자비용 증가 규모만 약 8100억원 수준이다. 카드사들은 여전채 시장이 얼어붙자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 확보를 위해 기업어음(CP) 발행을 확대하고 있다. 만기가 짧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CP는 수요 예측을 거치지 않아 발행 과정이 간편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용카드사의 발행 규모는 3조5520억원으로 전년동기(1조2050억원)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카드사들은 다음 해 경영 계획을 통상 11월에 수립한다. 현재 내년 경영 계획의 초점은 비용 절감에 맞춰져 있다. 카드사들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무이자할부 혜택을 잇달아 축소한 데 이어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