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외인' 증시 2400 목전…경기하강 우려 신중론도
外人 7거래일 연속 순매수...10월 이후 4.8조 사들여
긴축 불확실성..."재조정 가능성 등 변동성 주의 필요"
2023-11-08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미국의 계속된 금리인상과 국내 자금시장 경색 등 금융시장 불안에도 코스피가 2400선 탈환을 목전에 뒀다. 9월 말 2100대로 밀리며 한때 '2000선 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나왔지만, 이같은 비관론을 비웃는 분위기다.
시장을 둘러싼 모든 조건이 악조건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반등을 이뤄내는 배경엔 '외국인의 귀환'이 자리잡고 있다.
8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7.25포인트(1.15%) 오른 2399.04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293억원, 4402억원을 순매수하며 장중 2400선을 돌파하는 등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특히 외국인 매수세가 7거래일째 이어졌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10월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4조8821억원 누적 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지난 9월30일 2134.77의 연중 최저치로 추락했던 코스피는 이제 2400대 회복을 목전에 뒀다.
긴축과 자금시장 경색 등 증시 주변의 환경이 악재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국내증시의 반등 기세는 더 주목된다.
지난주 미국 연준은 11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4회 연속 0.75%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11월 인상으로 연방기금 기준금리는 3.75%~4%로 높아졌다. 2008년 1월 이후 최고치다.
미국 기준금리가 4%대 진입하면서 세계각국의 금융시장, 특히 자금시장이 요동쳤다. 국내에서는 레고랜드발 채무불이행에서 시작된 자금시장 경색에,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로 채권시장에 불똥이 떨어졌다. 정부는 채안펀드를 꾸려 증권사 CP(기업어음)와 부동산프로젝트 파이낸싱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을 매입해주며 자금시장 리스크 완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경기침체도 가시화되는 중이다.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주저앉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1.8%로 예측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최근 한 세미나에서 1.9% 성장률을 제시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도 지난 9월 1.9% 전망치를 내놨다.
계속되는 금리 상승, 자금시장의 급격한 경색, 경기침체 가시화에도 증시는 9월 말을 바닥으로 꾸준히 반등 중이다.
코스피 상승을 견인한 핵심 동력은 외국인이다. 특히 중국 시진핑 주석의 공산당 총서기 3연임이 확정을 전후한 '차이나 런(China Run)' 자금이 한국증시로 유입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례로 총 운용규모 987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텍사스 교직원 퇴직연금은 최근 벤치마크(투자성과 기준 지표)를 변경했다. 텍사스 교직원 퇴직연금은 최근 벤치마크를 MSCI 신흥국 지수에서 1)MSCI 신흥국 지수와 2)중국 제외 신흥국 지수를 50%씩 혼합한 지수로 바꿨다. 즉 중국 비중을 낮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 투자비중은 35.4%에서 17.7%로 줄었고 한국은 11.2%에서 14.3%로 비중이 증가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텍사스 교직원 퇴직연금의 리밸런싱(자금 재배분)이 10월부터 진행됐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최근 외국인 순매수와 유관하다"며 "MSCI 지수에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 POSCO홀딩스, 삼성SDI의 순매수 강도가 강했다는 점도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시진핑 집권 3기 체제 출범과 함께 확산되고 있는 '차이나 런' 리스크는 국내 경기와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주식시장 입장에서 '차이나 런'이 국내 산업에 줄 수 있는 수혜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차이나 런' 리스크가 촉발할 수 있는 글로벌 경제 및 산업재편, 주도권의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국내 경제와 기업이 중국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현실이나 미국 주도의 글로벌 경제 및 산업이 다시 재편되고 신공급망 구축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에 편승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외국인 자금의 '차이나 런'이 계속되는 가운데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2차전지 종목을 집중 매수했다. 9월29일부터 11월4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1조7665억원 순매수했고 삼성SDI를 9500억원 어치 샀다. 그밖에 SK하이닉스와 LG에너지솔루션도 각각 7476억원, 6648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다만 연준의 정책 전환 기대감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보수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주식시장은 7~8월에도 연준 피봇 기대로 베어마켓 랠리를 보인 후 9월 FOMC 이후 조정을 겪은 바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주식시장 상승 또한 연준 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배경이었다"며 "이를 감안하면 11월은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