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 車보험료 내리고 ‘실손보험료’ 인상 만지작
정치권 압박 ‘자동차 보험료’ 6개월 만에 추가 인하
9월 말 평균 손해율 94% 기록…수익성 악화 우려
업계, “적자폭 큰 실손 만이라도 올려야” 의견 전달
2022-11-09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정치권 압박으로 인해 ‘자동차 보험료’가 6개월 만에 추가로 낮아질 전망인 가운데, 손해보험사들이 실손보험료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자동차 보험료를 내린 상황에서 또 다른 핵심 상품인 실손보험료마저 못 올리면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해서다.
9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손보사들은 최근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자동차 보험료 인하와 관련한 검토에 착수했다. 업계는 현재 자동차 보험료 인하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구체적인 인하 폭과 시기를 논의 중이다.
물가 상승으로 인해 경제적 부담이 커지자 손보업계는 정치권과 여론으로부터 자동차 보험료 인하 압박을 받아왔다. 앞서 6일 국민의힘과 정부는 당정협의회를 열고 “자동차 보험료가 민생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시장 동향과 자율적 기능이 작동되고 있는지 살피겠다”며 자동차 보험료 인하를 촉구한 바 있다.
당장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보험료를 낮출 만큼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11개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94.0%(잠정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84.5% 대비 9.5%포인트(p) 상승했다. 전월 기록한 88.1%를 넘어선 올해 최고 수치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발생손해액을 경과보험료로 나눈 비율이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사업운영비를 고려할 때 자동차보험의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손해율을 80%선으로 보고 있다. 회사 별로는 손해율을 살펴보면 MG손해보험(141.7%), AXA손해보험(108.5%), 흥국화재(102.4%), 하나손해보험(98.6%) 등 중소형사들의 손해율이 악화했다.
대형사인 삼성화재도 86.0%, KB손해보험 85.7%, DB손해보험 85.5%, 현대해상 81.8% 등 전년 동기 또는 전기 대비 악화했지만, 올해 1~9월 평균 손해율이 70%대 후반에서 움직이는 만큼 인하 여력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미 삼성화재 등 대형 5개사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차량 운행량 감소와 사고 감소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된 효과를 반영해 지난 4∼5월에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를 1.2∼1.3% 내리기도 했다.
업계는 자동차 보험료를 내리는 대신 적자가 심각한 실손보험료만은 인상하자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손보험 적자는 2018년 1조1965억원에서 2019년부터는 2조원을 넘어서 지난해에는 3조원에 육박했다. 올해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3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핵심 상품 두 개 중 하나라도 보험료를 못 올리면 타격이 크다는 주장이다. 보험사들은 오는 2023년 초 1세대 및 2세대, 3세대, 4세대 실손보험과 함께 인상률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알려졌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현재의 실손보험 구조가 유지되면 매년 19.3%씩 보험료를 올려야만 2031년에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이를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고물가로 정부가 사실상 비상대응에 돌입한 상황에서 소비자물가에 큰 영향을 끼치는 실손보험료를 많이 올리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실손보험료 인상 여부와 관련해 금융당국과 논의할 예정인데 최근 경제 위기 등을 감안했을 때 큰 폭의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하면서 손보사들의 3분기 실적도 나빠졌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7월의 집중호우와 8월의 힌남노 관련 피해로 인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전년 동기보다 높게 나오고, 일반보험 손해율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2분기까지 유지되던 자동차보험 흑자기조가 3분기에 깨질 가능성 높다”면서 “손해율이 개선되서 보험료를 낮추는 게 아닌 만큼,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한 업계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