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발사…나흘만 또 도발
합참, 평남 숙천서 SRBM 발사 거리·고도·속력 등 제원 분석 중
NLL이남 낙탄 北 미사일, 소련제 지대공 'SA-5'로 판명
2023-11-09 김정인 기자
[매일일보 김정인·신대성 기자] 북한이 또 다시 동해상으로 미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 중이던 지난 2∼5일 미사일 약 35발을 발사한 뒤 나흘 만에 다시 미사일 도발에 나선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는 9일 오후 3시35분께 언론 공지를 북한군이 평안남도 숙천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남측이 북한 핵과 미사일 등 다양한 위협에 대비한 지휘소연습(CPX)인 태극연습 사흘째를 진행 중이고, 미국 중간선거 개표가 진행되는 시점에 미사일 도발을 재개한 것이다.
북한은 실제로 선전매체를 동원해 태극연습을 맹비난했다. 특히 통일의메아리는 이날 리철 조국통일연구원 연구사의 글에서 "큰 칼이든 작은 칼이든 칼은 칼"이라며 "연습 규모·형식이 어떻든 우리 공화국(북한)을 겨냥한 침략전쟁연습으로서의 본질과 성격은 절대로 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합참은 북한이 이날 쏜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 정점고도, 최고속력 등 제원을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앞서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발사한 미사일은 소련제 'SA-5'인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진행되고 있던 한미 연합 대규모 공군 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대한 반발의 일환인 것으로 풀이된다.
합참은 이날 동해 NLL 이남 수역에서 북한의 미사일 잔해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 잔해물은 길이 약 3m, 폭 약 2m로 관계기관 분석 결과 외관과 특징 등이 SA-5 미사일과 같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해군은 수상함구조함 광양함(3500t)을 이용해 4~6일 동해 NLL 이남 동해상에서 북한의 미사일 잔해물을 찾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6일 소나(음파탐지장비)와 무인 수중탐색기(ROV)를 이용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잔해물로 추정되는 물체를 인양했다.
특히 미사일 잔해에 러시아어가 적혀 있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획득 장비에 러시아어가 표기돼 있었다"며 북한이 러시아의 미사일을 개량해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1960년대 옛 소련이 지대공미사일로 개발한 것이지만 군 당국은 "지대지미사일로도 사용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러시아도 유사한 지대공미사일을 우크라이나전에서 지대지미사일로 사용한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A-5는 러시아가 미 공군의 고고도 전략 폭격기에 대응하기 위해 1960년대에 개발한 지대공 미사일로 고도 40km 이내에서 교전 거리는 최대 300k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 미사일은 고체연료가 아닌 액체연료 추진 방식이다. 북한은 2000년대 초부터 노후화된 SA-5 등 액체연료 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해 고체연료 추진 방식의 미사일을 개발해 왔다.
군은 이번 도발에 대해 "계획적으로 의도된 도발이 분명하다"며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군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한미동맹의 압도적 능력으로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