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제약, 치료제 주권 놓치고 ‘설레발’… 외산에 방역 내줬다

정부, 코로나 재유행에 해외산 치료제로 대응… 국산 치료제 진척 없어 신풍제약·일동제약 치료제 제자리… 재유행 전 상용화 어려워 일양약품·부광약품, 개발 소식으로 주가부양 혐의… 국내사 신뢰도 하락

2022-11-10     이용 기자
[매일일보 이용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자신했던 국내 제약사의 부진으로 결국 해외산 제품에 방역을 의존하는 치욕을 맛볼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그동안 백신 접종을 통한 재감염 중증화 방지에 집중했지만. 누적 확진자가 2500만명이 넘은 만큼 치료제 보급을 통한 방역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방역당국은 지난 9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충분한 치료제 확보를 위해 내년도 1분기 도입 예정 물량인 팍스로비드 20만명분을 올해 12월에 도입한다고 밝혔다. 또 고위험군에 대한 치료제 처방률 제고를 위해 제약사와 협력해 방문 교육, 심포지움 개최 등 정보를 제공하는 등 국민 캠페인을 추진할 예정이다. 방역당국과 협력하는 치료제 제조사는 사실상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와 머크다. 현재 국내에서는 팍스로비드(화이자)와 라게브리오(머크)가 치료제로 활용되고 있으며, 지난 여름 도입이 논의됐던 사비자불린 또한 해외산이다. 코로나19 기간 내내 개발 근황을 소개하며 '설레발'을 쳤던 국내사의 치료제는 결국 7차 재유행에도 활용하지 못하게 됐다. 현재 개발사들은 계속되는 개발 지연 소식과 부정적 이슈로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임상 3상으로 개발 막바지에 이렀다는 평가를 받는 신풍제약의 '피라맥스정'의 경우, 글로벌 임상 3상에 대한 임상시험계획서 변경 승인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했다고 알렸다. 회사 측은 오미크론 유행과 높은 백신 접종율·재감염으로 인한 질환 양상 및 중증화율 변화로 관련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다. 이번 변경이 일정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지만, 신풍제약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수사를 받는 등 악재에 시달리는 만큼 재유행이 끝나는 겨울 내에 결과를 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일동제약이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 개발 중인 ‘조코바’는 여전히 허가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은 오는 22일 회의를 통해 조코바의 긴급승인제도 적용 여부를 심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전에도 비슷한 논의가 진행되고 결국 승인이 보류됐던 만큼 업계 기대감은 낮은 편이다. 앞서 후생성은 7월 조코바의 긴급사용승인 여부를 두고 전문 부회를 개최했으나 보류로 결정했다. 6월 22일 열린 심의에서도 승인이 보류된 바 있다. S제약사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10년 이상 걸리는 어려운 작업이다.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만한 시기도 아닌데 언론에 자주 보도돼 마치 성과가 있는 것처럼 비춰진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정부 지원 감소가 개발 부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신약개발재단(KDDF)의 코로나19 신약개발사업이 곧 종료되는데, 올해 진행된 3차까지 치료제 개발사는 한 곳도 선정되지 않았다. 묵현상 KDDF단장은 “2023년에는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사업 예산이 책정되지 않아서 지금 5차 선정을 해도 자금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제약사들이 치료제 사업을 주가 부양에 이용하거나 정부 지원을 받고 중도에 포기하는 행위로 논란이 계속되는 만큼, 오히려 정부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양약품은 코로나19 치료제의 효능을 부풀려 주가를 올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일양약품은 2020년 3월 자사의 벽혈병 치료제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발표 이후 주가는 2만 원대에서 10만 원대까지 급증했는데, 이때 경영진이 주식을 대거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광약품 회장 일가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중단 소식을 공식 발표하기 전에 주식을 매도했다는 이유로 올해 초 주주들에게 고발당했다. 주주들은 “김 회장 일가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2상 실패를 확인하고 주주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 전에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했다”고 고발 사유를 전했다.

앞서 대웅제약, 셀트리온, 종근당, 크리스탈지노믹스, GC녹십자 등도 치료제 개발 소식을 알렸다가 중단한 바 있다. 당시에도 일부 주주들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의지를 밝히고 정부 지원금과 주식이 오른 기업이 중도에 포기하는 것은 ‘먹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