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돈 버는 곳 ‘추심업체’뿐이네
빚 못갚는 기업·가계 늘면서 NPL 시장 ‘꿈틀’
추심업계 1위 ‘고려신용정보’ 주가 40% 이상 급등
2022-11-10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우리나라 경제에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부실채권(Non-Performing Loan; NPL) 시장이 뜨거워질 조짐이다. 현재 가파른 금리 상승에 국내외 금융회사들은 긴축에 돌입했고, 회수 여부가 불투명한 자산을 값싼 가격에 내다 팔아 곳간을 채우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올해 연말까지 총 2300억원 규모의 NPL을 외부에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NPL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대출로 NPL 비율은 금융기관의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로 활용된다. IBK기업은행의 지난 6월 말 NPL 비율은 0.80%로 나타났다. 5대 은행 평균 NPL 0.265%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런 현상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현재 대출금리 상승 기조에 따라 한계기업과 취약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상환 능력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진다. 자영업자 대출은 2021년 말 960조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40.3% 증가했다. 전체 가계 대출의 5% 수준인 취약 차주 대출도 우려되는 수준이다.
특히 코로나19 금융지원 및 완화 조치가 종료되면 그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잠재 부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사의 대손비용 증가나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할 경우, 부실자산을 정리·매각하면서 현재 3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NPL시장이 더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도 NPL시장에 대응해 조직개편 등에 나선 상황이다. 최근 법무법인 세종은 금융위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부실자산관리 및 위기대응팀(부실자산관리팀)’을 발족했다. 금리 급등으로 자금시장이 경색되자 채권 및 실물시장의 부실 사례가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법무법인 화우 역시 부동산금융 전문 변호사인 박영우 팀장(연수원 32기)을 주축으로 부실채권 TF를 가동 중이다. 부실채권과 관련한 법률 수요가 증가하면서 팀 구성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규모는 법무법인 세종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부 자산운용사에선 NPL펀드를 계획하는 등 출시하는 등의 움직임을 나타낸다. 현재까진 연합자산관리(유암코)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시장이긴하지만, 전체적인 NPL 시장 확대기를 맞아 수익률을 거두려는 전략이다. 경기가 불황일수록 호황을 누리는 채권추심업체의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빚을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늘면 이들의 매출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국내 채권추심업계 1위 고려신용정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은 62억9733만원으로 전년 동기(58억623만원) 대비 8.46% 증가했다.
이 회사의 주식은 지난 2월22일 7220원에 거래됐지만, 9월30일 1만5450원에 마감해 연초대비 무려 114% 급등한 바 있다. 고려신용정보의 주식은 현재 연초대비 40% 이상 오른 1만185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빚을 갚지 못하는 기업과 가계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고수익인 NPL시장이 주목받는 분위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