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조 괴담' 검찰판 '쓰나미' 온다?

정치권 일각, 국정감사 전후 홍 고검장 사퇴설 '솔솔'

2006-09-09     김상영 기자

법무부 차관 내정 ‘인적쇄신’ 수면아래 잠복, 불씨 남아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에 의해 이른바 '삼성 떡값 검사' 7인의 이름이 공개된 이후 관련 검사들이 줄줄이 옷을 벗었다. 하지만 실명이 공개된 일부 검사들은 노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7인의 검사 중 한 명인 홍석현 전 미주대사 겸 중앙일보 회장의 동생인 홍석조 광주고검장은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강력하게 부인하면서 현직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노 의원은 "자신이 직접 X파일 테이프 내용을 들었다"면서 홍 고검장의 반발에 직격탄을 날렸다. 노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검사들을 증인으로 채택해 진실을 철저히 밝힌다는 계획이다. 때문에 일부 정치권과 검찰 내부에서는 국정감사를 전후해서 홍 고검장의 사퇴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정치권 한 인사는 "홍 고검장이 X파일 태풍에 버티지 못하고 옷을 벗게 된다면 광주고등검찰청 수뇌부에 대한 대폭적인 인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항간에는 광주고검뿐만 아니라 전국 검사장급에 대한 대폭적인 인적 쇄신이 있을 것이라는 '홍석조 괴담'이 떠돌고있다. 이와 관련, 한 법조계 인사는 "터무니 없는 얘기다"고 전제하고, "매년 2월 정기 인사철에 (검사 조직의)인시이동이 행해지는 것이 관례"라고 설명했다. 오는 9월말부터 시작되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노 의원이 이른바 '삼성 떡값 검사'로 지목된 홍 고검장 등에 대한 국감 증인 채택을 준비 중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들은 홍 고검장 등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안을 냈거나 낼 예정이다.

이처럼 노 의원을 중심으로 국회 법사위 의원들이 X파일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삼성 떡값 검사'로 지목된 검사들을 증인으로 채택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홍 고검장의 버티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정치권과 법조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특히 일선 검사들이 홍 고검장의 사퇴에 따른 후폭풍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그간 검찰 인사의 관행으로 볼 대 인사철이 아닌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사가 전무했다. 그러나 이 번 '삼성 떡값 검사' 파문을 계기로 기존의 인사이동 관례가 깨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이른바 '안기부 X파일'에 거론돼 실명이 공개된 검사가 7명이나 되는 데다 또 다른 검사들도 '떡값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고, '봐주기 수사' 의혹을 받았던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 비자금 사건과 맞물리면서 법무부 차원의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이뤄질 것이라는 흉흉한 얘기들이 검찰청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당초 법무부는 '안기부 X파일'에 거론된 '삼성 떡값 검사' 파동 이후 검사장급 이상 검찰 수뇌부의 대규모 인사를 예정했다가 홍 고검장이 남기로 거취를 표명함에 따라 법무차관 후임만 현재 내정한 상태다.

전 법무부 차관 김상희는 '삼성 떡값 검사' 리스트에 올라 이름이 거론된 검사들 중 제일 먼저 사퇴를 했다. 일단 공석이던 법무부 차관이 내정됨에 따라 검찰 수뇌부에 대한 대폭적인 인사 얘기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홍 고검장의 사퇴 여부에 따라 검찰 수뇌부에 대한 대폭적인 인사가 여전히 유동적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노회찬 ‘창’ VS 홍석조 ‘방패’ 누가 셀까.

X파일의 진위 여부를 떠나 홍 고검장이 국감이라는 칼날 앞에서 무사할 수 있을까.

X파일에서 삼성의 '떡값 전달책'으로 등장하는 홍 고검장은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전달받은 적이 결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홍 고검장은 지난 1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검찰 가족 여러분께' 라는 제목의 A4용지 7장 분량의 글에서 "노회찬 의원의 주장 이후 침묵해 왔으나 이것이 사실상의 시인으로 받아들여질 상황이어서 해명에 나서게 됐다"며 "저는 형으로부터 삼성 떡값을 돌리라는 명목으로 돈을 받았거나 검사들에게 삼성 떡값을 나눠준 일이 결 코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노 의원은 반박문을 통해 “홍석조 광주고검장의 구차한 변명이 '형제의 난'을 예고하고 있다”고 몰아 붙였다.

최근 불거진 두산그룹 '형제의 난'에 이은 2탄이라는 것.

노 의원은 “X파일에서 홍석현은 분명히 ‘석조한테 한 2천정도 줘서 아주 주니어들, 회장께서 전에 지시하신 거니까. 작년에 3천 했는데, 올해는 2천만 하죠. 우리 이름 모르는 애들 좀 주라고 하고..."라고 말하고 있다.

이어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은 ‘예산을 세워주시면 보내드릴께요’라고 말하고, 둘은 떡값검사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하면서 액수를 정했다.

말미에 홍석현은 ‘합쳐서 4천5백이니까 5천으로’ 보내달라고 말한다. 김두희 2천, 김상희 5백, 홍석조 2천을 합친 액수다. 홍석조의 해명처럼 떡값을 받지 않았다면, 형이 '배달사고'를 냈음에 틀림없다. 동생보다 훨씬 더 부자인 형이 배달사고를 냈다니, 홍석조의 해명보다 더 믿기 어렵다. 대질신문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또 “홍석조 광주고검장의 부적절할 해명은 '떡값 청문회'가 꼭 필요함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상반되는 형제의 주장, 대질신문을 통해서만 국민의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떡값 청문회'를 자초한 홍석조의 행동이 안타까울 뿐이다”면서 홍석조 광주고검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노 의원은 또한 “홍석현 전 주미대사는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물러났다. 김상희 전 법무부차관도 검찰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사표를 냈다. 떡값검사로 등장하는 김두희 전 법무부장관조차 최근 삼성재단인 성균관대학교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X파일에 등장하는 떡값검사 중 아직까지 공직에 남아 있는 유일한 사람이 홍석조 광주고검장이다. 고검장 신분으로 검찰수사를 받는 것 자체가 검찰에 부담을 주는 행위다. 그 결과를 어떻게 국민이 믿을 수 있겠는가. 검찰을 위해서라도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