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약관대출 가계빚 감소에도 홀로 증가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3조원 이상 늘어
경기 불황 지속하자 ‘생계형 대출’ 급증
2023-11-14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금융권에서 대출받기가 어려워진 가운데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 받는 보험사의 ‘약관대출’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보험사 약관대출은 통상 ‘생계형 대출’로 불린다. 경기가 부진해 수입이 끊기거나 줄어든 서민들이 생활자금 등을 임시 융통하기 위해 활용하기 때문에 경기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14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생·손보사 총 30개사의 약관 대출규모는 61조3257억원으로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9년 말(58조1931억원) 대비 3조1326억원(5.38%) 늘었다. 전체 대출규모로는 생명보험사가 44조3978억원으로 손해보험사(16조9279억원)보다 훨씬 많다. 현재 생보사의 대출 증가세는 다소 둔화한 모습이지만, 손보사는 약관대출은 증가세가 뚜렷하다.
이는 대부분 금융권이 대출 규제로 인해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한 것과 반대되는 흐름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3조6475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4354억원 줄었다.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들어 10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주택 시장을 비롯한 자산시장 침체에 연말까지 가계대출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생보업계 약관대출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9년 말 44조6273억원에서 펜데믹 발생 이후인 2020년 6월 42조8043억원으로 되레 줄었다. 다만 같은 해 12월 43조원으로 약관대출 규모가 늘어난 이후 조금씩 증가해 현재 44조원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손보업계 약관대출은 2019년 말 15조8232억원을 기록한 이후, 2020년 6월(15조7994억원)을 제외하고는 계속 상승세다. 손보업계 약관대출 규모는 현재 약 17조원 수준이다.
약관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장기보험이 많아 보험료가 높은 생보사에서 보험약관대출이 많다. 이런 이유로 금융권 대출이 어려워지면 보통 약관대출을 찾는 소비자가 많다.
보험약관대출은 은행 신용대출보다 간편하게 받을 수 있다. 가입 보험사의 고객센터를 방문하거나 전화 또는 보험사 앱을 통해 본인 확인만 거치면 당일 입금이 가능하다. 본인 보험 해지환급금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다. 또 언제든지 갚아도 되고 중도상환 수수료도 없기 때문에 급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보험약관대출을 받으면 보험 가입 시 보험사가 약속한 예정이율에 1~2%의 가산금리를 합해 산정한다. 은행의 신용대출보다 높지만, 실질적으로는 1%~2%만 내는 셈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가입자 보험계약을 담보로 납입한 보험료의 해지환급금 일정(50~95%) 범위 내에서 대출해주기 때문에 부실화할 위험도 거의 없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장기간 지속하고, 금융권 대출 규제로 인해 추가 대출이 필요한 소비자들이 보험사 약관대출을 이용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