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업계, ‘콩 부족’ 가중시킨 공매제도에 몸살

전년 실적 기준 배정…영세기업, 수급 불합리 확대 ‘입찰 경쟁 과열’ 출혈비용 발생…두부 단가 치솟아

2023-11-15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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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민주 기자]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안에 영세 두부 가공업자들이 시름하고 있다. 콩은 수입관리품목으로, 정부가 수입‧공급 물량을 관리한다. 정부는 2019년부터 수입콩에 대한 수입권공매제도를 도입, 실수요단체 및 수요자에게 자유입찰을 유도하고 있다. 이전까진 국영무역으로 수입된 수입콩을 유통공사에서 각 단체 및 실수요자에게 직접 공급하는 ‘직배제도’로 콩 수급이 이뤄졌다. 공매제도는 밥상물가 안정 및 국산원재료 가격 폭락 방지 등의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정작 수급불안정, 원재료비 인상을 가중시켰단 지적이 나온다. 15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국내 콩 가공 업체들은 수입콩 공매제도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 현행 수입콩 공매는 수요자의 전년 실적을 기준으로 낙찰되는 구조다. 압도적으로 콩 사용 물량이 많은 대기업 산하 업체들이 물량 배정에서 우선순위가 된다. 당초 명목과 달리, 최고가 경쟁입찰로 변질된 모습이다. 국내 두부업체 중 90% 이상은 전 직원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이다. 규모, 자본 등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린 이들의 원재료 수급방식은 직배가 유일한 셈이다. 같은 품질의 콩이어도, 공급 방식에 따라 단가 차이가 크다. 실제로 지난 7월 기준, 수입콩의 직배 공급가는 1100원/kg이었던 데 반해, 공매 최고가는 1265원/kg으로 직배 공급가 대비 15% 높았다.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공매제도의 운영은 TRQ 물량 내에서 운영돼, 안정적 공급을 받을 수 있는 직배물량의 축소를 가져오고 있단 입장이다. TRQ란 저율관세할당으로, 정부가 허용한 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저율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높은 관세를 매기는 제도다. 원재료 수급 단계부터 단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자, 두부 등 콩 가공 상품의 소비자 가격은 자연스레 높아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두부류 및 묵류 판매액은 8935억원으로 전년 7716억원 보다 15.7% 비싸졌다. 불필요한 소모적 경쟁도 지속 중이다. 공매입찰 참여를 위한 사전준비, 투찰 등에 추가적 인력 낭비가 발생하며, 10%의 보증금 사전 납부로 기업 현금 유동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 두부는 포스트코로나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확대된 건강 트렌드에 편승해, 최근 건강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 두부 시장의 비약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시점에서 관련 업체들은 경쟁력을 갖추긴 커녕, 물량확보의 확실성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단 우려가 나온다. 두부업계 관계자는 “코로나와 우크라이나전쟁으로 국내외 물가가 치솟고 있는 상황 속 원재료비 상승은 제조업체의 지속 운영에 지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며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공매제도는 자금력이 우월한 기업이 우선 배정 받을 수 있는 최고가 경쟁인 바 안정적 공급이 1원칙인 정부가 취해야 하는 운영방식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안정적 대두공급을 위해 공매제도는 폐지돼야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