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못 갚는 가계ㆍ기업 쏟아진다
4대銀 가계대출 연체 1조 육박...올해만 1217억원↑
금리인상 충격파 현실로...금융지원 효과도 사라져
기업부채 증가속도 세계 2위..."가계보다 위험도 커"
당국 "경기 상황 겹쳐 예의주시...모니터링 할 것"
2023-11-16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코로나 금융지원 등으로 하락기조를 이어가던 가계와 기업대출 연체율이 서서히 꿈틀대고 있다. 금융부채 고위험가구와 취약차주가 확대되고 자금시장 경색에 따라 기업대출 수요도 급증하면서 곳곳에서 위기 징후가 포착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가계대출에서 상환이 1개월 이상 연체된 금액은 총 9216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말보다 15.2%(1217억원) 늘어난 규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지원 정책에 힘입어 대출 부실이 꾸준히 줄어 오다가 최근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이후 지난해까지만 해도 은행권 가계대출의 질은 개선 흐름을 보였다. 실제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직전인 2019년 말 조사 대상 은행들의 가계대출에서 발생한 연체 규모는 1조2284억원에 달했다가 2021년 말 9740억원, 지난해 말 7999억원으로 꾸준히 몸집을 줄여 왔다. 이는 코로나 금융지원 정책 때문이었다. 당장 대출 원금이나 이자를 갚기 어려워 연체로 잡힐 수 있었던 대출이 수면 아래로 억눌려왔던 게 사실이다.
걱정스런 지점은 금융지원 정책이 여전히 실시되고 있음에도 대출 연체가 증가로 전환했다는 데 있다. 금융권에서는 코로나19 직후 제로 수준까지 추락했던 기준금리가 본격 반등하면서 대출 리스크가 끝내 금융지원의 통제권을 벗어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 어린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대출 증가폭도 심상찮다.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기업대출 수요가 늘고 금리마저 높아지며 부실뇌관이 되고 있다.
기업대출의 경우 담보 위주의 가계대출과 달리 위험가중치가 훨씬 높고 대출 규모도 크다. 당연히 부실이 나면 과거, 외환위기 사태처럼 은행권 전반에 걸쳐 리스크가 확산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9월 기업 대출은 전년대비 89조8000억원이나 늘었다. 지난 10월27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 대출 잔액만 703조7512억원으로 전월 대비 8조8522억원 늘어난 것이다.
기업부채가 증가하는 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부채 비율은 전년보다 6.2%포인트 늘었다. 베트남(7.3%포인트)에 이어 부채 증가 속도도 두 번째로 빨랐다. 기업 대출이 이처럼 늘어난 데는 지난해 시작된 정부의 가계 부채 억제 정책에 은행들이 기업 대출로 선회해 그 비중을 늘려온 탓도 있다.
나아가 대내외 금리 인상 기조로 회사채 발행은 차질을 빚게 되고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까지 터지면서 자금 시장은 가파르게 경색됐다. 결국, 기업들은 자금 조달 통로로 은행을 찾게 됐고 기업 대출 수요도 그만큼 급증했다.
금융당국도 기업대출 관련 부실 발생 여부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업 대출 연체율이 약 0.2%로 굉장히 미미한 수준이다"며 "다만, 연체율이 매월 전월 대비 조금씩 오르고 있는데 최근 경기 상황마저 좋지 않은 만큼 안심할 수 없다. 이에 꾸준히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