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졌는데 종부세 이대로 내는 게 맞나”…시세‧공시가 역전에 뿔난 집주인들
실거래 가격이 공시가격보다 낮거나 근접한 단지 속출
인천 송도 더샵센트럴시티·송도SK뷰·e편한세상 송도 등
조세 저항 늘어날 수 있어…“현실화율 80% 수준으로 낮춰야”
2023-11-16 나광국 기자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인천 송도동에 위치한 더샵센트럴시티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집값이 지난해 급등했다가 올해 크게 떨어지는 바람에 공시가격을 밑도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며 "집값 하락과 대출이자부담 때문에 속이 아픈데 집값보다 높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는게 말이 되느냐고 한다"고 격앙된 분위기를 전했다.
금리인상 등으로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정부가 과세 기준으로 삼는 공시가격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실거래 가격에 육박하거나 아예 실거래가를 역전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이럴 경우 현재 집값보다 비싼 가격에서 책정된 세금을 내야 하는 만큼 조세저향 우려가 나온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국세청은 오는 22일 전후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납부 대상자에게 고지서를 발송한다. 올해 주택분 종부세는 약 120만명에게 총 4조원대 규모로 고지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94만7000명에 5조7000억원의 주택분 종부세가 고지됐고 이후 특례 추가 신청 등을 거쳐 최종 결정된 인원과 세액은 93만1000명, 4조4000억원이었다. 지난 2020년 66만5000명에 1조5000억원이 부과됐던 것과 비교하면 인원과 세액이 모두 크게 늘었다.
재산세와 종부세 등의 과세 기준이 되는 것이 공시가격이다. 이전 정부는 2020년 11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시세의 90%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런데 최근 집값이 급락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공시가격과 실거래 가격이 역전되는 단지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아파트값이 급등해 공시가격이 많이 올랐던 서울 강남과 인천 등 일부 지역에서 올해 가격이 급락하면서 거래가격이 공시가격과 비슷해지거나 역전된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인천 송도 더샵센트럴시티 전용면적 60㎡는 지난달 중순 5억500만원에 거래됐다. 올해 공시가격 5억3600만원보다 3000만원 이상 낮은 금액이다. 지난달 초 계약된 금액도 5억4300만원으로 공시가격과 비슷하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도 지난달 하순 6억4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올해 공시가격은 7억1200만원으로 훨씬 높다.
인천 송도SK뷰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달 초순 7억500만원에 팔린 뒤 하순에는 6억7000만원에 계약돼 올해 공시가격(6억68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근에 위치한 인천 송도동 e편한세상 송도에서도 실거래 가격이 공시가격보다 낮은 매물이 나왔다. 전용면적 70㎡는 최근 거래가가 지난달에 거래된 5억1000만원으로, 올해 공시가격 최고액(5억1900만원)을 밑돌았다.
인천 송도SK뷰 인근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송도 부동산 시장은 솔직히 절망적인 상황이다”며 “규제지역이 해제되면서 나름 희망이 생기긴 했지만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4~5억까지 빠진 단지들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집주인은 노후에 큰 평수에서 살고자 서울에서 왔더니 집값은 떨어지고 세금은 집값 대비 높다며 종부세에 불만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9월 기준 종부세 불복 심판 청구가 384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284건) 심판 청구 건수의 13.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에 업계에선 종부세 고지서가 발송되면 조세 저항은 이전과 비교했을 때 더욱 거세질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박사는 “가파른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 조정은 집값 상승보다 공시가격이 더 오르는 문제로 이어지고 결국 과도한 보유세 급증으로 이어진다”며 “시장의 변동성과 거래량 수준 등을 고려할 때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8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