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출금리 8% 돌파, 취약계층 구제대책 서둘러야

2023-11-18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매일일보] 글로벌 경제에 진한 먹구름이 엄습하고 있는 가운데 가계 빚 시한폭탄의 시계가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지난 11월 1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준거금리인 코픽스(COFIX │ 자금조달비용지수)가 10월 신규 취급 기준 연 3.98%로 전월(3.40%) 대비 0.58%포인트 올랐다. 이는 공시를 처음 시작한 2010년 2월 16일(3.88%) 이후 사상 최대이며 인상 폭도 역대 최대 수준으로 지난 7월 최대 월간 상승 폭(0.52%) 기록을 경신했다. 신잔액 기준 코픽스도 0.32%포인트 오른 2.36%로 집계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가 지난 11월 2일(미국 동부 시각) 사상 초유의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 │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한국은행도 지난 10월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지난 7월에 이어 석 달 만에 역대 두 번째 ‘빅 스텝(Big step │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은 데다 레고랜드 사태에 이은 흥국생명 발(發) 자금경색까지 겹친 탓이다.  코픽스(COFIX │ Cost of Fund Index)는 은행연합회가 국내 8개 은행(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 한국 스탠다드차타드, 중소기업, 한국 씨티)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으로 산출하는 자금조달비용지수이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상승 또는 하락한다. 이에 따라 은행권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고금리도 일제히 올라 금리 상단은 8%를 돌파했다. 은행 주담대 금리가 8%를 넘어선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하나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11월 16일 은행채 1년물 기준 6.764 ~ 8.064%로 금리 상단이 8%를 넘어섰다. KB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의 주담대 금리 역시 최고금리 8%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에 최고 8%를 넘어선 은행 대출금리는 내년 상반기 9%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오는 11월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예정이어서 연말까지 은행의 추가 대출금리 인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내년에는 10%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커졌다. 금리가 8% 수준으로만 올라도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급상승한다. KB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수도권 주택 평균 매매가는 6억6,000만 원대다. 이 매매가의 약 절반가량인 3억 원을 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30년 만기로 원리금 균등 상환 시 3% 금리를 적용하면 매달 126만4,812원을 내는 데 주담대 금리가 8%라면 이자는 두배 가까이 늘어나 월 상환액은 220만1,294원으로 한 달에 93만6,482원씩을 더 내야 한다. 또 상환기간 30년간 총이자는 3% 금리를 적용하면 총대출 이자는 1억5,533만2,356원으로 원금 3억 원의 절반 수준이지만, 8%로 뛰면 이자는 4억9,246만5,740원으로 30년간 이자액이 원금 3억 원보다 무려 1억9,246만5,740원이나 웃돌게 된다. 이렇듯 총이자액이 원금을 웃돌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가계대출 중 신규취급액 기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76%로 전월(75.5%)보다 0.5%포인트 늘었다. 금리 상승기에도 신규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것이 대출 부담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다. 이를 고려해 정부는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 상품으로 바꿔주는 ‘안심전환 대출’ 자격을 주택 가격 4억 원 이하에서 6억 원 이하로 부부합산 소득은 7,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지만, 신청자는 기대만큼 늘지 않고 있다. 내년에는 주택가격 요건을 9억 원 이하로 추가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지만, 정책자금 대출인 보금자리론과의 형평성 논란 때문에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보다 심각한 것은 취약 대출자들이다. 지난 11월 9일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가계대출 평균 금리를 7% 수준으로 가정하면 대출자 1,646만 명 가운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70%를 초과하는 대출자가 190만 명에 이르고, DSR이 90%를 초과하는 대출자는 12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대출자 100명 중 11.54명 이상이 소득의 70%를 빚 갚는 데 쓰게 되고, 대출자 100명 중 7.29명 이상이 소득의 90%를 빚 갚는 데 쓰게 된다는 뜻이다. 빚이 많은 다중채무자나 서민들 삶은 그만큼 더 궁핍해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정부는 적극적 재정 운용과 공공지출 확대를 모색해야 한다. 수출이 부진한 국면에서는 복지와 사회안전망 투자로 내수를 끌어올려 경제를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가계의 이자 부담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 등 금융 취약층의 과도한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어 도산 위기에 처할 공산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무주택자였다가 지난해 집을 사들인 사람이 103만6,000명으로 처음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중 상당수가 ‘영끌족’이나 ‘빚투족’일 텐데 집값 하락에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 고통에 시달릴 게 너무나 자명하다. 지난 6월 현재 전체 대출자 5명 중 1명은 월 소득의 40% 이상을 빚 갚는 데 쓰는 취약차주라고 하는데 이들 비중은 전체 대출자의 18%에 달했다. 한국금융연구원 분석 결과,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취약차주 비중은 20.2%로 높아진다. 특히 주담대를 보유한 20대 취약차주 비중은 기존 27%에서 33.1%로 높아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지난 11월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한국의 가계신용(빚) 잔액은 1,869조4,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그동안 한 번도 줄어든 적 없이 매년 늘어나기만 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거칠 때도 가계부채는 증가세를 지속했다. 경제 규모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세계 1위다. 국제금융협회(IIF)가 올해 2분기 기준 세계 35개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102.2%로 가장 높았다. 조사 대상국 가운데 유일하게 가계부채가 GDP를 웃돌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증가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6배”라고 말한 바도 있다. 이렇듯 1,9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 빚은 금리 상승기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자 시한폭탄이다. 취약 대출자가 계속 늘어난다면 금융회사의 부실도 커질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위기가 나라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  지금은 가계대출 연착륙에 총력을 경주해야 할 시점이다. 가계부채가 이미 누증(累增)된 상황에서 급격한 금리인상은 금융 불균형 완화의 긍정적인 효과보다 오히려 취약차주의 부채 부실화와 소비 제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음도 각별 유의해 취약차주 지원대책을 포함한 금리 인상 연착륙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가계 부실은 은행 부실로 이어져 금융시스템까지 위협하고 내수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 악순환을 유발은 물론 실물경제 위기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소지도 다분하다. 게다가 ‘정책 서민금융’을 당초 10조 원에서 12조 원 수준으로 2조 원 늘린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채무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등 연체 시의 부담 완화, 긴급 생계비 대출, 채무조정 활성화, 추심 관행 개선 등 다각적이고 다층적인 선제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고위험군과 다중채무자 등에 대해 채무조정과 신용회복 프로그램의 빈틈없는 가동 등 취약계층 구제대책을 서둘러 마련해 위기 확산을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