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체재가 없다”…대형마트, PVC 포장재 규제에 난감
PVC 대체재로 떠오른 PO와 PE, 기능 떨어지고 가격 높아
대형마트 “식품 안정성 위해 플라스틱 사용량 늘 수 있어”
2022-11-20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강소슬 기자] 2024년부터 폴리염화비닐(PVC) 재질의 포장지(랩) 사용금지가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대형마트는 축·수산물에 가장 많이 사용는 만큼 대체재 찾기에 나서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2019년 ‘포장재의 재질·구조 기준’에 따라 대형마트에서 재활용이 어려운 PVC를 야채·과일 등 포장에 사용하지 않도록 고시했다. 단 물기가 있는 축(고기)·수산물(생선)에 대해서는 대체재가 없다는 이유로 2024년까지 예외사용을 인정했다.
PVC는 플라스틱의 한 종류로 염화비닐 함유율이 50% 이상인 합성수지다. 기체·수분차단, 모양변경 등이 뛰어나 식품용 랩, 햄·소시지 필름, 용기 등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PVC는 제품 소각시 발생하는 염화수소가스(HCl)의 부식성이 강해 재활용이 어렵다.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문 소각장을 활용해야 하는 문제도 갖고 있어 대체재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형마트 업계는 PVC 대체재로 폴리올레핀(PO), 폴리에틸렌(PE) 등을 일부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PVC보다 기능이 떨어지고, 가격도 비싸기 때문에 대체재 개발시까지 PVC랩 사용허가를 유예해달라는 입장이다.
PVC는 접착력과 물방울이 맺히지 않는 방담성이 뛰어나다. 아직까지 PE와 PO는 접착력과 방수효과가 PVC보다 떨어져 육류 포장시 핏물 등이 흐르는 경우가 생긴다. 가격 측면에서도 PVC가 20%가량 저렴하다.
또한, 연매출 10억원 미만 업체의 경우 PVC 사용금지 규제에 해당하지 않아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 마트에서는 축산물과 어류뿐 아니라 과일, 견과류, 건어물 등에 PVC 소재가 아직도 사용되고 있으며, 배달 음식에도 PVC랩이 사용되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서는 10% 수준의 대체율로 PO랩을 사용 중이며, 롯데마트는 올해 안으로 PO랩으로 100% 바꿀 예정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이마트에브리데이 등 대형 슈퍼마켓은 10% 내외로 PO랩을 사용 중이다.
대형마트 업계는 자체적으로 친환경 포장재 도입을 위한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업계 전반에 장바구니 문화를 정착시켜 비닐 쇼핑백 1억5000만장을 줄였다. 지난해부터는 과일과 채소 포장에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해 연 1000t의 플라스틱도 줄였다.
홈플러스는 지난 7월부터 일부 축산 상품의 플라스틱(PP) 포장재를 친환경 FSC 인증 종이 포장재 종이 포장재로 교체했다.
롯데마트는 2025년까지 친환경 포장제품을 전체의 5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룹 차원에서 생분해성 비닐 소재 연구 등을 중점 추진 중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환경을 위해 PVC랩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에 적극 공감하지만, 아직 완벽한 대체재가 없어 대체 포장재가 나올 때까지 유예기간을 늘려 주길 바라고 있다”며 “오히려 식품 안전성을 위해 플라스틱 용기 포장재 사용량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