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규제서 빠진 약국… “유명무실 규제, 일회용 퇴출이 정답”

전국 종합소매업 매장, 일회용 비닐봉투,오는 24일부터 제공 금지 약국, 매장 크기 따라 비닐봉투 유·무상 제공 가능… 형평성 논란 제기

2023-11-20     이용 기자
[매일일보 이용 기자] 편의점 등에서 유상으로 제공하던 일회용 비닐봉투가 오는 24일부터 판매가 중단된다. 다만 약국은 매장간 유·무상 제공 기준이 다르게 적용돼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약국가에 따르면, 약국의 비닐봉투 제공은 오히려 고객과의 갈등을 유발하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환경부가 8월 발표한 가이드라인에는 종합소매업 매장에서 일회용 비닐봉투를 제공할 수 없다. 그 중 약국은 비닐봉투를 기존처럼 유상으로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일회용품이 생분해성수지제품이거나 약국 면적이 10평 이하인 경우, B5규격(182mm×257mm) 또는 0.5리터(500㎤)이하의 비닐 봉투·쇼핑백의 경우는 예외가 된다. 즉 약국의 면적에 따라 봉투의 유·무상 제공이 결정되는 것이다. 소액이라도 차이가 나는 만큼, 봉투의 유·무상 제공이 약국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거나 고객 응대가 까다로워지는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약사는 “우리 약국은 봉투 값을 받아야 하는 곳이다. 병원이 몰려 있는 건물에 입주해 내원자는 많은데, 정작 우리 약국 대신 건물 밖에 있는 조그만 약국으로 간다”고 말했다. 유상판매 사실을 고지하면 불만을 터뜨리는 고객이 상당 수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약국도 불만을 표했다. 무상으로 제공 가능한 친환경 비닐봉투의 경우, 일반 비닐에 비해 가격이 3배 가량 비싸고 내구도가 취약한 편이다. 약국 특성상 무거운 유리병이나 날카로운 상자에 든 제품도 판매하는데, 친환경 봉투는 쉽게 찢어진다. 서울 중구의 약사는 “봉투가 잘 찢어진다고 몇 장 더 달라는 고객도 있다. 유상으로 제공하는 곳은 봉투 값이라도 받지만, 우리는 몇천 원짜리 약을 팔면서 몇백원 상당의 봉투를 내줘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고객 유치 문제로 이전처럼 몰래 무상으로 봉지를 제공하는 행위가 감소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서울 송파지역의 한 약사는 “약국 측이 봉투값을 고지할 때 고객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문제다. 일부 약국에서는 단골손님에게 봉투를 몰래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비닐봉투 금지 목적은 환경 보호가 아닌가. 애초에 봉투가 존재하는 한 환경보호는 멀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적으로 모든 매장의 봉투 제공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밝힌 약사도 있다. 경기도 안성의 약사는 “고객 입장에서는 약국 크기에 따라 봉투값을 받는다는 사실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예 법적으로 국내 모든 매장에서 일회용 사용을 막는다면, 고객들이 더이상 봉투를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