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외교는 국가 예산을 들여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의 회담이나 국제회의 첨석을 통해 국익을 증진하는 매우 중요한 활동이다. 그런 점에서 역대 대통령 지지율은 순방이나 다자회의 참석 후에 다소 오르는 양상을 보였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6개월 동안 지지율을 보면 순방 이후에 오히려 더 떨어졌다. 18일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29%다. 직전 조사(8~10일)보다 1%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한국갤럽 15~17일 성인 1002명 대상,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3.1%p. 무선90%·유선10% 전화 면접 방식).
결과적으로 순방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 왜 그럴까.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대언론관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G20에서는 비속어 논란을 최초 보도한 MBC의 전용기 탑승을 막아서 논란이 커졌다. 돌아오는 길, 대통령이 특정 언론사 기자들만 따로 만난 것도 구설에 올랐다.
과거 청와대를 수년간 출입했던 전직 청와대 출입기자로서 다른 지점에서 우려의 생각이 든다. 즉 전속취재다. 언론에 공개한 11월14일(일)과 15일(월)의 공개된 공식일정은 인도네시아 진출기업 오찬간담회부터 시작해 공항출발행사까지 총 11개다. 물론 전체 행사와 일정은 훨씬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눈여겨 볼 대목은 11개의 취재 현장 가운데 풀러 일정은 4개 뿐이라는 것이다. 14일 B20 Summit 기조연설,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트테이블, 15일의 글로벌 인프라·투자 파트너십(PGII), 공항출발행사가 그것이다. 즉 나머지 인도네시아 진출기업 오찬간담회(14일)를 포함해 G20 공식 환영식, 정상회의 세션1, 정상오찬, 정상회의 세션2, 환영만찬 등은 모두 전속취재다. 전속취재가 이뤄졌다는 것은 현장 기자들이 해당 행사 취재를 하지 못하고 프레스센터에서 대통령실이 제공하는 사진·영상과 텍스트만 받아서 보도했다는 말이 된다.
취재 여건상 다자 회의의 경우 아무리 풀기자단을 운영한다 하더라도 각국 취재진이 들어가기가 어려운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속취재가 이렇게 많은 일정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과거 2007년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을 현지에서 취재한 적이 있다. APEC 기자단에 포함돼 대통령과 영부인의 모든 일정을 기자단 소속 기자로서 함께 했었다. 당시 정확하지는 않지만 전속취재로 표기된 일정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필자는 '풀러(풀기자단으로서 행사장 취재)'로서 2개의 현장을 취재했던 기억이 난다. 대부분의 회담과 행사가 풀러 현장 취재로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왜냐하면 통상 순방이나 다자외교 행사에 동행하는 기자들의 수가 상당하기에 풀러 순서를 매겨서 하나씩 행사를 취재한다고 해도 거의 모든 기자가 적게는 1~2개 많게는 3~4개의 풀 취재 순번을 소화해야 한다. 기자들이 대부분의 회담이나 행사를 현장 취재했다는 말이다.
전속취재는 최소화하고 풀러 취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대통령실은 최대한 상대국이나 행사 주최측과 협의해야 한다. 그런 노력이 이번에는 매우 부족했다고 본다. 그래서 이런 삐딱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즉 "지난번 비속어 논란이 큰 파장을 일으켰던 만큼 국제행사에서의 대통령이 언론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게 하기 위해 전속취재를 많이 넣은 것 아닌가"라는 추측 말이다.
언론의 책임을 최근 대통령이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언론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그 책임도 존재한다. 제대로 된 취재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책임만 추궁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언론 통제이지 않은가(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