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제약사 윤리경영… 모순된 행보 도마 위
경동제약·안국약품, 리베이트 행위로 처벌
관련 기업 부패방지 ISO인증 과정 납득 어려워
ISO인증 신뢰성 하락… 홍보 수단으로 변질 우려
2022-11-22 이용 기자
[매일일보 이용 기자] 부패방지 국제인증을 받은 제약사들이 연이어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됐다. 관련 기업들이 국제규격 인증을 통해 ESG 경영을 강조한 만큼, 드러난 모순된 행보는 기업과 인증기관의 평판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부패방지경영시스템 국제 인증을 획득한 경동제약과 안국약품이 의약품 리베이트 행위로 행정당국의 처벌을 받았다.
경동제약은 자사 의약품의 처방 유지 및 증대를 위해 2018년 2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병·의원 관계자들에게 골프 접대를 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거액의 입회금을 예치해 취득한 골프장 회원권(비에이비스타CC)으로 병·의원 관계자들을 위해 골프장을 예약해주고, 12억2000만원 상당의 골프 비용까지 지원했다는 내용이다. 공정위는 경동제약에게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2억4000만원을 부과했다.
눈여겨봐야 할 사항은 경동제약이 리베이트 행위 기간 동안 부패방지 경영시스템 인증을 획득한 것이다. 2019년 12월 경동제약은 글로벌 인증 기관인 로이드 인증원의 ‘ISO 37001 부패 방지 경영 시스템’ 인증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해당 규격은 국제 표준화 기구인 ISO에서 영국의 부패방지규격(BS10500)을 토대로 UN 반부패협약, OECD 뇌물방지협약 등에서 요구하는 기준들을 고려해 2016년 제정·공표한 부패방지경영시스템 국제 인증이다.
당시 경동제약은 내부심사를 진행하고 지난 2019년 9월 30일부터 11월 5일까지 1단계 서류심사 및 2단계 현장심사 결과를 통해 ISO 37001 최종 인증을 받게 됐다고 소개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사후 관리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본래 해당 인증 취득 이후에는 1년마다 시스템 운영에 대한 유지·점검을 위해 ISO 37001 표준 요구 사항 이행 및 준수에 대한 사후 관리 심사를 받아야 하고, 2차 연도에도 문서 심사는 물론 직원 인터뷰 등의 엄격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첫 인증 획득과 재심사 통과 기간 모두 리베이트 행위가 있던 시기다. 경동제약이 어떻게 관련 인증을 받았는지 신뢰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여러 차례의 리베이트로 최근 의약품 판매정지 처분을 받은 안국약품은 두 개의 국제규격을 보유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안국약품은 지난 2012년부터 2018년 8월까지 자사 의약품 채택·처방 유도를 목적으로 56억2127만 원의 현금을 68명의 의사들에게 제공했다. 2014년 5월~2016년 4월까지 17명의 보건소 근무 의사들에게 8억407만 원의 현금을 제공한 사실도 있다. 또 2011년~2015년까지 직원 복지몰을 통해 25억 원 상당의 물품을 의료인에게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리베이트에 연루됐음에도 지난해 12월 국제인증 기관인 한국준법진흥원(KCI)으로부터 준법경영 시스템 국제표준(ISO 37301) 인증과 부패방지경영 시스템 국제표준(ISO 37001)에 대한 통합인증을 획득한 상태다.
준법경영시스템은 지난해 4월 ISO가 제정한 준법경영 관련 국제표준이다. 회사 측은 2019년과 2020년 2년 연속 사후심사에서 최종 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대형바이오 S사 관계자는 “ISO인증이 리베이트 연루 기업을 ‘정직한 기업’으로 포장하는 수단으로 쓰여 신뢰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같은 기관의 인증을 받은 선량한 기업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리베이트 적발에도 불구하고 ISO인증을 홍보하는 것은 소비자 기만 행위”라며 “인증제도의 신뢰성 제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