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징벌적 부동산 세금제도 전면 개편해야

2023-11-22     윤재오 기자
윤재오
올해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131만명에게 발송됐다. 서울에선 4~5집 건너 한집 꼴로 종부세 고지서를 받게됐다. 주택분 종부세 대상이 122만명인데, 전체 주택 보유자 1508만 중 8.1%에 해당한다. 특히 서울은 주택보유자 260만명중 22.4%인 58만명이 종부세를 내야 한다. 서울 주요지역 30평형대 아파트값이 20억원 안팎이니 그럴만한 상황이다. 상위 1% 이내 집부자 세금인줄 알았던 종부세가 이제 중형 아파트 한 채만 갖고 있어도 내야하는 세금이 된 셈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세금제도의 개편은 보유세를 무겁게, 거래세를 가볍게 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비싼 집을 가진 사람이 세금을 더 내도록 하는 것은 조세형평 측면에서도 옳다. 그런데 종부세, 특히 다주택자 중과세는 징벌적 세금이라는게 문제다. 종부세라는 세금제도의 태생 자체가 ‘부유세’ 성격을 갖고 있는데다 투기차단을 위한 목적으로 설계되다보니 여러 가지 무리한 측면이 있다. 보통 세금을 잘 내면 성실납세자로 존경을 받아야 하는데 종부세 대상은 투기꾼처럼 인식되는게 사실이다. 또 재산세라는 보유세 제도가 있는데 종부세를 만든 것은 일반 중산층과 집부자를 분리시키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볼수 있다. 그런데도 “집값은 잡아야 한다"는 절대 과제에 가려서 문제점이 덜 지적되어온 측면도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세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값이 폭등할 때 고육지책으로 도입했던 만큼 부동산 침체기에는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전 세계에 주택 수에 따라 징벌적 중과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 제도는 폐지되어야 하고 관련 세율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유세 개편이 필요하다는 추 부총리의 의견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집값 하락기 또는 부동산침체기라서 다주택자 중과세가 맞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이다. 다주택자 보유세 중과는 집값 하락기 때 폐지했다가 불안해지면 다시 만드는 고무줄 세금이 아니다.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다. 보유세는 주택수가 아니라 집값에 따라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그리고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분리해서 운영할 이유가 없다. 비싼 집에는 현재의 종부세율만큼 무거운 세율로 재산세를 부과하면 된다. 종부세 과세 인원은 문재인 정부 첫해인 지난 2017년 33만2000명에서 올해 122만명으로 늘었다. 그래서 ‘부자들의 세금’이 아니라 ‘중산층도 내는 세금’이 됐다. 작년 집값이 큰폭으로 오른 탓에 올해 종부세 과세대상이 급증했다. 그런데 최근 집값이 급락해 공시가격을 밑도는 역전현상이 속출하고 있어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제 보유세 제도 전면 개편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세금제도가 부동산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운용될 수는 있다. 그러나 집값을 잡겠다는 명분으로 세금 제도 자체를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금제도의 큰 틀을 세워두고 시장 상황이 변하면 그에 따라 미세 조정을 하면 된다. 집을 투기수단으로 삼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죄악이지만 정략적 목적에 따라 징벌적 세금 제도를 만드는 것도 문제가 있다. 보유세와 거래세 등 부동산 세금을 제대로 개편해 ‘국민들의 주거복지’를 한단계 높이는 현명한 방향의 협치가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