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안보리 北 ICBM 논의 또 무력화…러·중에 발목잡혀

올해 북한 관련 논의만 열 번째 개최…아무 성과 없어 '北 ICBM 발사 때 자동 제재 강화' 결의도 러·중 비토권남용으로 속수무책

2023-11-22     신대성 기자
북한
[매일일보 신대성 기자]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도발로 21일(현지시간)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또다시 아무 성과 없이 종료됐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감싸면서 비토권남용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보리는 지난 2017년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2397호에 따라 북한이 ICBM을 발사했을 때 자동으로 대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대북 정유 제품의 연간 공급량 상한선인 50만 배럴과 원유 공급량 상한선 400만 배럴을 추가로 감축한다는 구체적인 방향까지 명시돼 있다. 그러나 '자동 강화'라는 규정도 비토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벽 앞에서는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날 북한의 ICBM 발사를 미국의 탓으로 돌렸다. 장쥔 중국대사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복귀하도록 하기 위한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오히려 북한에 대한 기존 유엔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러시아 차석대사 또한 한미연합훈련을 언급하면서 미국에 화살을 돌렸다. 이에 대해 미국은 비토권을 지닌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안보리에서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는 2개 국가가 북한 도발을 조장하고 있다"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감싸기는 '비토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해당사국 자격으로 이날 회의에 참석한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도 안보리가 북한의 거듭된 ICBM 발사에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개탄했다. 황 대사는 구체적으로 국가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상임이사국 2곳의 반대 탓에 지난 5월에도 안보리가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지 못했다"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지목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속한 대응을 막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더욱 대담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날 회의는 90여 분 만에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종료했다. 유엔 안보리는 올해에만 10차례에 걸쳐 북한의 도발 문제를 논의했지만, 모두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 막혔다. 앞서 유엔은 올해 4월 상임이사국이 비토권을 행사하면 열흘 내 총회를 소집해 관련 사안에 대해 토론을 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같은 결의안도 상임이사국의 비토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도발을 계속 감싸더라도 이를 제어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