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최근 1년 새 '고물가·고환율·고금리' 환경이 고착화되며 대출자들의 실질소득은 감소하고, 이자 부담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대출금리가 두자릿수를 향해 가파른 인상 기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미 연체를 감당 못해 파산에 직면한 대출자들도 늘고 있는 가운데 '1870조원'으로 불어난 가계빚이 경제 뇌관이 될 거란 우려가 커진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2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70조6000억원으로 기존 최대 기록이었던 2분기(6월말 기준 1868조4000억원)보다 0.1%(2조2000억원) 불었다. 가계빚이 전분기에 이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다.
가계빚은 불어나는데 대출금리는 여전히 가파른 상승세다. 오는 24일엔 한국은행이 사상 첫 6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거란 전망까지 나온다. 가파른 대출금리 상승에 이자부담이 배로 불어나는 만큼, 빛내서 영끌한 대출차주들이 한계점에 임박했다는 우려가 커진다.
시장에선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가 연내 최대 9%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한은이 금리 인상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경우 대출금리 두 자릿수 시대가 머지 않았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주담대 변동금리와 연동되는 코픽스는 지난달 통계 집계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실제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98%로 전월(3.40%) 대비 0.58%p 상승해 4%대에 근접했다. 지난 2010년 코픽스 공시가 시작된 이래로 가장 높은 수치다. 상승폭 또한 최대치로 지난 7월 최대 월간 상승폭(0.52%) 기록을 경신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시중은행이 예·적금과 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 금리로, 대표적 변동금리 상품인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코픽스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은 10월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 단행 이후 은행권 수신금리가 동반 상승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 18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 상단은 7.77%,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7.13%로 집계됐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16일 8.154%까지 치솟았다.
이는 기준금리 상승으로 은행들의 조달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신용대출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단기 은행채도 급등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17일 은행채 12개월물(무보증, AAA) 금리는 3.83%로 지난 1월 3일 대비 2.49%p 올랐다. 6개월물도 3.54%로 2.39%p 상승했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차주들의 이자 부담도 커졌다. 4억원을 빌린 차주의 경우 금리가 7% 수준이면 한 달에 부담하는 이자는 연간 280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금리가 8%에 이르면 3200만원, 9%면 3600만원에 달한다. 월로 환산하면 최대 300만원을 이자를 부담하는 셈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면 전체 이자 부담은 수조원대로 불어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때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약 3조3000억원 늘어난다. 인상 폭이 0.50%p로 커지면 증가액은 6조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시장에선 한은이 이달 0.25%p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선 신용대출 금리 상단이 최대 9%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폭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이미 취약 차주 중에선 8%가 넘는 경우 있고, 9%대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주담대는 이미 8%가 넘어섰고, 신용대출은 연내에 9%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으로 예고하면서 조만간 두 자릿수 대출금리 시대도 머지 않았다는 전망까지 내놓는다. 즉 은행권 주담대 금리가 내년 중에 10% 벽을 돌파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이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3%에서 3.25%나 3.5%로 올릴 것이고, 기준금리 최종 수준이 내년 상반기 최소 3.75%까지 달할 것이라는 전망대로라면 기준금리와의 스프레드를 감안했을 때 내년 상반기 대출금리 상단은 9~10%대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