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빌리는 한전에 은행도 돈가뭄

한전채 부담 떠안은 4대銀, 은행채 발행제한 등 ‘사면초가’ 정부‧4대금융 유동성 공급계획…일각 “한은도 지원 나서야”

2023-11-22     김경렬 기자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경렬·이보라 기자] 은행이 한전의 자금줄 역할을 맡게 됐다. 다만 2조원 이상 한전채를 떠안게 된 시중은행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이자장사 지적에 은행채 발행 제한, 예‧적금 금리인상 과열 경쟁 자제 등 금융당국 권고사항이 겹치면서 안팎으로 곳간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시장 유동성 회복을 위해 한국은행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들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이 한전 운영자금을 마련을 위한 대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하나은행은 1차 입찰을 통해 한전에 6000억원을 빌려주기 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출금리 연 5.5~6.0%다. 이와 관련 하나은행 측은 사실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고객 정보라 자세한 사항을 확인해주기 어렵다”며 답변을 꺼렸다. 한전은 연내 총 네 차례 입찰을 통해 시중은행으로부터 2조원 이상을 공급받을 방침이다. 하나·국민·우리은행이 참여한 것으로 보이는 2차 입찰 예정일은 22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이 한전 대출에 나선 것은 한전채의 발행 한도를 고려한 처사로 분석된다. 한전채는 한전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까지 허용된다.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내년 3월 결산 시점 이후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는 대폭 줄일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한전 경영상황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한전의 3분기 영업손실만 7조530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적자폭은 6조5943억원 커졌다.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2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의 3.7배에 달했다. 한전은 올 1~8월 발전소로부터 전력을 ㎾h당 평균 144.9원에 구입했다. 판매가격은 ㎾h당 116.4원으로 구매가보다 28.5원 낮았다. 에너지 가격 급등과 함께 연료비는 뛰었지만, 전력 판매가격은 그만큼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전의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한전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개정안이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에 회부된 상황이다. 한전채 발행액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5배, 8배, 10배까지 올리는 개정안이다. 법안이 개정돼 한전채가 계속 발행된다고 하더라도, 한전은 시장의 볼멘소리를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전채가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는 ‘채권 시장 경색 원인’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한전채는 전년 발향량의 두 배가 넘는 25조원 이상 발행됐다. 한전채 금리는 연초대비 두 배 이상인 6%에 육박했다. 부도 위험이 없는 우량 등급(AAA급) 국가 기업 회사채로 여기저기서 수요가 몰렸다. 레고랜드 발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2금융권을 중심으로 한전채가 ‘자금 블랙홀’이라는 불만이 쏟아졌다. 어떤 방법으로도 한전의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셈이다. 1금융권은 한전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한전 등 유동성 필요한 공기업에 대출을 고민하고 있다”며 “입찰에 되지 않더라도 다른 방식으로라도 어떻게든 돕겠다”며 조력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일각에서는 은행의 지원은 대증요법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과 정부가 적극 지원에 나서거나 전기 가격을 올려야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전 등 공기업 신용등급 하락을 걱정해서다. 금융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곳이 은행뿐이어서 급한 불은 은행이 끌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대증요법일 뿐이다”며 “은행들도 은행채 발행 자제, 예금 금리 인상 자제 등 유동성 공급이 제한되는 문제가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