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떨어진 보험사 ‘고금리상품’ 재출시

레고랜드發 채권 시장 경색…저축보험 통해 현금 마련 총력 최고 5.9% 이자 지급…금리 하락하면 되레 ‘역마진’ 노출

2023-11-23     홍석경 기자
보험사들이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과거 ‘역마진’ 우려로 한동안 출시가 잠잠했던 고금리 ‘저축보험’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보험사들은 현재 자금시장 경색으로 인해 채권 등을 통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보유 채권을 매각하며 유동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저축성보험을 통해서도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향후 금리가 하락기에 진입해 고객에게 돌려주는 수익이 보험사의 ‘운용자산수익률’보다 높을 경우,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에 빠질 수 있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23일 보험업계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은 오는 25일 연 금리 5.9%의 저축성 보험 상품을 출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앞서 교보생명도 5.8%의 확정이율을 제공하는 5년 만기 저축성 보험을 출시했고 한화생명과 ABL생명 역시 각각 5.7%, 5.4% 저축보험을 내놨다. 지난달 24일에는 IBK연금보험이 연 금리 5.3%의 저축보험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보험사는 그동안 고금리 저축성보험으로 역마진에 시달렸다. 지난 1990년 말부터 2000년대 초 연 5% 이상 고금리 금리확정형 보험을 팔았는데, 이후 저금리가 이어지며 보험금 지급을 위해 쌓아야 하는 돈이 보험료를 운용해 얻는 수익보다 커지며 이차역마진을 기록한 바 있다. 지광운 군산대 법학과 교수 따르면 작년 9월 기준 생명보험사의 이차역마진은 2조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보험사들이 역마진 우려를 감수하고 6%대에 가까운 고정금리 저축성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배경은 유동성 확보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이 올해 정기예금 금리를 연 5%대로 올렸다. 세계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정기예금에만 56조 2000억원이 몰렸다. 보험사들도 상품 금리를 올려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채권시장을 통한 자금조달도 쉽지 않다. 보험사들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금조달 창구가 막히자 보유 채권을 매각하며 유동성을 확보해 왔고 저축성보험을 통한 현금 확보 의존도 역시 높아진 상황이다. 보험사들은 최근 몇 달간 팔아치운 채권 규모만 수조원 규모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생명보험사들에 공문을 보내 저축보험 상품에 대한 과당경쟁 자제를 요청한 상황이다. 금감원은 금리 하락시 역마진 등으로 재무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만큼 보험상품 수익성 분석시 적용이율 수준의 적정성 및 재무건전성 영향 등을 충실히 검토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