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긴축감속' 기대 强달러 주춤…당국 "환율 高변동성 여전"

원·달러 환율 한달새 100원 하락..."고점 지났다" 분석도 한은 "안심하기 일러"...전문가들 "내년 상반기 변곡점"

2023-11-27     이광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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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강달러를 넘어서 '킹달러'라는 평가까지 받던 달러화가 미국의 긴축 속도조절 신호에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인플레이션 완화 조짐이 나타나면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 또한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달러화의 지위도 조금씩 내려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연준의 긴축 정책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최근 하락세가 과도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2023년 1분기에는 연준의 긴축 정책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강달러 기조는 오래가지 않을 거란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에만 20원 넘게 떨어져 1300원 선이 깨질 수도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앞서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4.5원 내린 1323.7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중순 1410원대에서 이달들어 계속 떨어져 한달만에 100원 가까이 급락했다. 특히 지난 11일에는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7%를 기록, 시장예상치(7.9%)보다 낮았다는 소식에 하루만에 59.1원 내리며 1300원대로 들어섰다. 이후 이번주 첫 거래일인 지난 21일 1354.7원으로 마감한 뒤 이날까지 20원 넘게 내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5일 기준 105.8선을 기록 중이다. 9월 말 한 때 114선을 넘어서면서 '갓달러'라고 불리며 20년래 최고치를 새로 썼던 것을 상기시켜보면 급락한 수치다. 고공 행진하던 환율이 내리막길을 걷는 것은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조절론이 불거지면서다. 지난 23일(현지시간) 공개한 미 연준의 11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들 상당수가 조만간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일이 적절하다는데 공감했다. 연준은 지난달 FOMC에서 4차례 연속 기준금리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그러나 다음달 13~14일(현지시간) 열리는 회의부터는 0.5%포인트 인상이 기정 사실화 되고 있는 등 속도조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 강세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미 국채 금리는 금리인상 속조조절 기대에 하락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시장의 벤치마크 금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0.75% 내린 3.661%에 마감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전장 대비 0.65% 내린 4.444%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고점을 찍고 점차 내려가는 추세라고 내다보고 있다. 다만 환율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미국 통화정책 뿐 아니라 중국과 유럽 등 다양한 변수가 작동하기 때문에 내년 1분기쯤 불확실한 국면이 끝나야 환율 하향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수출 비중이 높아 원화의 프록시(대리) 통화로 여겨지는 위안화의 향방이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정책 결정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전날 중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2만9000명으로 지난 4월 상하이 봉쇄 당시를 웃돌았다. 중국의 방역 정책 우려로 위안화 약세가 더 심화할 경우 원·달러 환율도 다시 반등할 수 있다. 아울러 연준이 최종적으로 기준금리를 얼마나 올릴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원화 가치의 회복이 순조롭지 못할 거란 관측도 있다. 통화당국도 안심하긴 이르다는 시그널을 보내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반에서 1300원대 중반으로 하락하는 등 불안이 일부 완화됐다"면서도"미 연준 통화정책, 중국 방역정책과 이에 따른 위안화 움직임 등에 따라 당분간 높은 환율 변동성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는 여전히 내년 1분기 5%선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돼 크게 변화가 없지만 유럽에서 예년보다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에너지 위기 우려가 다소 완화되며 달러화가 예상보다 이른 올해 4분기에 고점을 확인했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제로 코로나 완화를 공식화했으나 최근 중국 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재차 2만명을 돌파하자 베이징 당국은 밀집 '시설을 폐쇄하고 외출 자제를 권고하는 등 봉쇄에 준하는 방역 조치를 재개했다"며 "한국 수출도 내년 2분기까지 추가 악화가 예상되는데 과거 수출 감소폭이 확대되는 구간에서 원화가 강세 추세로 전환된 경험은 없다"며 내년 1분기가 지나야 환율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