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집값이 너무 올라서 문제였다. 서울을 중심으로 일부 신도시를 포함해 특정 지역은 '로또'로 불리는 물량에 시중의 자금이 쏠리면서, 집값 상승을 크게 견인했다. 그런데 최근 집값 하락폭이 크다. 어느 곳은 14억원 하던 집값이 8~9억 원으로 거의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거래량도 역대 최소를 매번 갱신 중이다. 시장이 잔뜩 얼었다.
한 때는 물가가 너무 낮아서 문제였다. 정부가 기준으로 삼는 물가 상승률은 2.0%다. 최소 그 정도는 돼야 내수가 그나마 돌아가는 등 경제가 활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어서다. 심지어 1.0%도 못 미치는 상승률을 기록한 적도 있다. 불과 얼마 전 일이다. 반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109.21)는 작년 같은 달보다 5.7% 상승했다. 상승률이 7월(6.3%)에 정점을 찍은 이후 8월(5.7%)과 9월(5.6%) 조금 떨어지듯 하더니 석 달 만에 다시 상승세를 탔다.
집값과 물가는 너무 올라도 안 되고 너무 떨어져도 안 되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는 경제 활력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활력이 없는 경제는 죽어 있는 것과 다름없다. 활력이 넘치면 부작용이 속출한다. 시중의 자금 즉 돈은 인체로 치면 혈액과 같다. 즉 혈압이 너무 높은 고혈압이 큰 병을 초래하듯 너무 낮아서 저혈압인 상태도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비슷한 비유로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청년의 전체 건강 전망이다. 어느 국가든 경제는 청년이어야 한다. 그래야 해당 국가의 국민 삶의 질이 갈수록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매우 건강할 것이다', '건강할 것이다', '보통일 것이다', '건강하지 못할 것이다(아플 것이다)', '매우 건강하지 못할 것이다(매우 아플 것이다)' 등을 내다보는 지표인 셈이다.
국내외 기관들이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심지어 정부가 다음 달 경제정책방향과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데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6월 정부는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로 2.5%를 제시했다. 이미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1%대로 낮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2%에서 지난 27일 1.8%로 낮췄고, 한국은행 역시 2.1%에서 1.7%로 낮춰 잡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2.3%에서 1.8%로 조정했다. '매우 아플 것이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우리 경제의 펀드멘털이 괜찮다며, 과거 IMF 외환위기때와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경제 규모나 외환 보유액 등 여러 면에서 1997년 당시와는 다르다는 게 이유다.
과거 유행했던 수두, 콜레라, 장티푸스, 홍역, 결핵 등은 시간이 흐르면서 인류가 극복한 감염병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이 신종 감염병 등은 아직까지 종식 선언을 하지 못한 채 곳곳에서 변이를 일으키며 번성 중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외환위기를 수두와 콜레라로 비유한다면, 앞으로 맞이하게 될 경제위기는 완전히 다른 양상의 신종 감염병일 것이다. 더 쉽게 설명하면 외환위기가 팔 다리의 골절이라면, 현재와 미래의 경제위기는 면역력 저하에 따른 암과 같은 치명적 병일 수 있다.
서서히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경제 컨트롤 타워는 지금 초비상 상황임을 감지하고 적절한 식이요법과 적당한 운동 그리고 규칙적인 생활을 도모해야 한다. 정부·기업·가계 등 경제 주체들 모두 안이하게 건강을 자신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