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대 저성장 수렁에 빠진 한국경제, 수출만이 살길이다

2022-11-28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매일일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1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삼성본관에서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 현재의 기준금리 연 3.0%를 3.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1년 3개월 새 2.75%포인트 뛰어올라 1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0%까지 낮췄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과 11월, 이어 올해 1월과 4월, 5월, 7월(빅 스텝), 8월, 10월(빅 스텝)까지 8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총 9차례 인상이다. 이렇듯  인상기조를 유지하면서 보폭을 줄이는 ‘베이비 스텝(Baby step │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이로써 한국의 기준금리는 3.25%로 미국의 3.75~4.00%와의 격차가 0.50~0.75%로 좁혀졌다.

한국은행이 자금 유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은 그만큼 한국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다. 현재 한국경제는 말 그대로 백척간두(百尺竿頭)의 풍전등화(風前燈火)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복합 악재에 글로벌 경기침체까지 겹치며 이미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경고가 비등하다. 무엇보다도 경제 성장률은 2년 연속 반토막 행진이다. 한국은행을 포함한 거의 모든 국내외 경제연구기관이 지난해 4%였던 성장률이 올해는 2%대, 내년에는 1%대로 떨어질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7%로 예측했다. 다행히 올해 경제 성장률은 2.6%를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 내놨던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1%였는데, 불과 3개월 만에 0.4%포인트 대폭 하향한 1.7%로 점치며, 경기침체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1960년 이후 한국경제 성장률이 2% 밑으로 내려간 것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0.7%,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 0.8%, 외환위기 때인 1998년 -5.1%, 오일쇼크가 휩쓴 1980년 –1.6% 등 4차례뿐이다. 한국은행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한국금융연구원과 같은 전망치인 1.7%다. 이 전망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2.3%, 국제통화기금(IMF)의 2.0%,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Fitch)의 1.9%,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KIET)의 1.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1.8%, 한국개발연구원(KDI)의 1.8%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이처럼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춘 것은 글로벌 경기둔화로 우리 경제 성장엔진인 수출이 꺾이고, 잇단 금리 인상으로 소비 회복 흐름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전망을 보면 내년 주요국 성장률도 미국 0.3%, 유로존 -0.2%, 중국 4.5%, 일본 1.3% 등으로 악화일로다. 

일반적으로 침체가 예상되면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금리를 내려 투자를 유도하는 게 상례이지만, 한국은행은 사상 처음 6차례 연속 인상을 결정했다. 6%에 가까운 고물가가 수그러들지 않는 데다 갈수록 벌어지는 미국과의 금리 차를 고려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한국경제가 처한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다는 뜻이다. 경기침체로 소득과 일자리는 줄어들고, 금리마저 오르면 대출이 많은 가계와 기업은 빚 갚느라 허덕이는 처지에 몰리게 된다. 실제로 1%대 성장으로는 나라 살림살이는 물론 일자리, 복지까지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는 사태에 직면할 우려가 크다. 특히 수출은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수출은 코로나19 팬데믹 광풍 속에서도 한국경제를 지탱해온 최후의 보루였다. 그러나 반도체 시장 침체 등으로 지난달 2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한 데 이어 내년엔 3.1%나 더 줄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부진은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와 투자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11월 25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에서 20일까지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31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7%나 감소했다. 최대의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이 대외 경기 악화로 52억8,100만 달러에 그쳐, 전년 대비 29.4%나 급감한 것이 큰 악영향을 미쳤다. 수출액 감소가 두드러지면서 무역적자 폭은 커졌다. 이달 20일까지 올해 누적 적자는 399억6,8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 적자였던 1996년 206억 달러의 무려 두 배 규모로 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연간 적자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고물가ㆍ고금리 상황이 가중되면서 소비ㆍ투자가 둔화하는 최악의 상황에서 단기간에 수출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가 되었다. 

산업연구원(KIET)은 지난 11월 21일 ‘2023년 경제·산업 전망’보고서에서 내년 수출은 6,717억 달러로 올해 전망치 6,934억 달러 대비 3.1%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수입은 6,983억 달러로 올해 전망치 7,360억 달러보다 5.1% 감소할 것으로 봤다. 무역적자는 2년 연속 이어져 올해 426억 달러, 내년에는 266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세계 경기 부진과 교역량 둔화, 통화 긴축 등 영향으로 인해 내년 반도체와 자동차, 이차전지, 정유, 조선 등 13대 주력산업 수출 감소율은 4.0%로 전체 수출보다 감소 폭이 클 전망이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9.9% 쪼그라들면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한국은행이 지난 11월 23일 발표한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모든 산업의 업황 BSI(실적)는 75로, 10월(76)보다 1포인트 내렸다. 이렇듯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2년 만에 최악을 기록하는 등 기업의 체감경기도 바닥에 떨어진 상황이라 투자가 증가하길 기대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현재 수출 침체에는 지정학적 원인이 자리 잡고 있음도 유념해야 한다. 미·중 간 힘겨루기 속에서도 양국 모두를 설득하고 우리의 이익을 지킬 수 있는 균형 감각과 내실을 다져야만 할 것이다. 또 아세안과 중남미 등과의 교역도 단기 이익에 치우치지 말고, 지속 가능한 신뢰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자세 견지가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저성장 기조를 시급히 되돌려놓지 않으면 안 된다. 처방에 묘수가 따로 있거나 묘약이 따로 없다. 고금리 상황과 부동산시장 침체, 금융시장 경색, 부채 부담 등으로 소비와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기는 결단코 쉬운 일이 아니다. 수출을 통해 성장동력 엔진을 다시 살리지 않으면 해법이 없다. 노동·규제·연금·교육 등 구조개혁을 통해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수출을 늘려야만 한다. 결국 수출 증진만이 살길이다. 따라서 기업들을 역동적으로 뛰게 할 법인세 인하와 규제 완화 관련된 법안들이 서둘러 국회에서 의결되도록 여·야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들이 신발 끈을 다시 조이고 뛰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규제에 발목이 잡혀 한 발자국도 더 내딛지 못하고 있다. 성장엔진이 꺼지지 않고 지속성이 배가되게 하려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투자와 고용을 서둘러 늘려나가야 한다. 산업 현장에서는 노조의 파업 등으로 물류와 생산이 멈춰 설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장애요인을 그대로 방기(放棄)하거나 방치(放置)하고서는 저성장·경기둔화의 총체적 복합 경제위기 타개를 논할 수 없다. 이러한 최악의 위기 상황 앞에 여·야는 물론 노·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