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국민 일상을 위협하는 파업은 안된다

2023-11-30     윤재오 기자
윤재오
서울지하철 노조가 결국 파업을 시작했다. 지난 2016년 9월이후 6년만이다. 파업 첫날 아침 출근길은 대체로 문제가 없었다. 지하철 1호선만 5~10분정도 지연됐고, 2~8호선은 거의 평일과 마찬가지로 보였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대체인력을 긴급 투입했기 때문이다. 일단 출근시간대는 급하게 대체인력을 투입해 ‘출근대란’을 막았지만 퇴근시간대와 평상시간대에는 단축운행에 들어간다. 정부와 서울시, 서울교통공사는 최대한 시민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대체인력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파업 첫날에는 지하철 대신 승용차를 선택한 사람들이 더 큰 불편을 겪었다. 지하철 연착과 혼잡을 걱정해 일찌감치 차로 출근길에 나섰지만 평소보다 심각한 정체 때문에 지각을 한 직장인들이 많았다. 지하철 파업을 보는 시민들의 불만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 지하철 노조는 파업명분으로 ‘시민들의 안전’을 내세우고 있다. 인력감축은 시민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니 중단하라는 얘기다. 사측이 올해 인력감축안을 유보하겠다는 안을 제시했지만 ‘강제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는 기존 합의보다 오히려 후퇴했다는게 노조측 주장이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인력충원이 필요하다는 노조측 주장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목적때문이라면 더더욱 파업으로 시민들의 발을 묶어서는 안된다. 서울 지하철이 극심한 혼잡으로 위험하다는 것은 서울교통공사노조와 시민들 모두가 알고 있다. 이태원 참사 당시 혼잡도와 서울 지하철 출퇴근 시간대 혼잡도가 비슷하다는 분석까지 나와있다. 실제 출퇴근시간대에 등떠밀려서 지하철을 타다 숨막히는 경험을 해보지 않은 시민들은 거의 없다. 그런 상황에서 파업으로 열차 운행에 지장을 준다면 혼잡이 더 극심해져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그래서 지하철 노조는 ‘시민들의 안전’을 파업의 명분을 내세워서는 안된다. 노조가 파업을 막다른 골목에서 최후의 보루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하더라도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파업이라면 더 이상 명분을 가질 수 없다. 파업의 책임이 노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서울시, 서울교통공사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지난 6월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번 지하철 파업을 앞두고 서울시와 사측이 진지하게 협상에 임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강성 노조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원칙을 분명하게 밝혔다. 한국 노조가 강성이고 잦은 쟁의로 나라 경제를 망칠 수 있다는 걱정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부나 사측이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아 이번 파업을 초래했다면 문제가 있다. 특히 노조를 길들이겠다고 강경한 카드를 꺼냈다면 ‘국민들의 안전을 볼모로 한 파업’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서울 지하철에 이어 12월 2일 철도 노조도 파업을 예고했다. 국민들의 발을 묶는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정부와 노조 모두 파업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국민들의 일상을 볼모로 한 파업을 멈추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노조는 물론이고 정부에 대해서도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