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경색에 저축銀 대기업대출 첫 3조 돌파

79개社 대기업 대출 총 3조1607억원…2019년 말比 97.3%↑ 회사채 금리 급등으로 자금 마련 어려워지자 금융기관 발걸음

2022-11-30     홍석경 기자
회사채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최근 2년 사이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대기업들이 크게 늘었다. 금리 상승세가 본격화 하면서 주요 조달수단인 회사채 시장이 경색하자 금융기관 대출 의존도가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3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저축은행 79개사의 대기업 대출금은 총 3조1607억원으로 지난 2019년 말(1조6019억원) 대비 97.3%(1조5587억원) 두배 가까이 급증했다. 저축은행 대기업 대출금은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 6월 1조7850억원으로 늘기 시작해 같은 해 9월 말 1조8577억원, 12월 말 1조8752억원으로 상승 추세가 뚜렷해졌다. 작년 3월 말 2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12월 말 2조5668억원을 기록한 이후, 올해 상반기 말 3조원을 돌파했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역시 자본력이 넉넉한 대형 저축은행에서 대기업 대출이 많았다. 잔액기준으로는 올해 6월 말 기준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이 3369억원으로 가장 많은 대기업 대출을 보유했다. 이어 JT친애저축은행 3178억원, OK저축은행 2815억원, NH저축은행 1663억원, 애큐온저축은행 1564억원, 페퍼저축은행 1497억원, 푸른상호저축은행 1425억원, JT저축은행 1418억원, 모아저축은행 1413억원 순이다. 대기업 대출을 취급하지 않던 한국투자저축은행의 경우에도 2020년 9월부터 관련 대출을 내주기 시작해 현재 839억원을 보유 중이다.

저축은행에서 대기업 대출이 늘어난 배경은 경기침체와 맞물려 회사채 시장이 경색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자금 시장에서 회사채 등을 통한 조달이 어려워지자 금융기관에 손을 내민 셈이다.

금리 인상 여파로 인해 국채와의 금리 차가 점점 벌어지며 신용스프레드는 2009년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섰다. 국내 기업들의 신용리스크가 커졌다는 의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9일 종가 기준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 AA- 등급 회사채 간 3년물 금리 격차)는 168.2bp(1bp=0.01%포인트)까지 올랐다.

신용스프레드가 커질수록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지난달 회사채 발행을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이 전월 대비 50% 가까이 급감했다. 채권시장의 돈맥경화로 인해 지난달 회사채 시장에서는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인 3조3232억원의 순상환이 이뤄졌다. 순상환은 신규로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해 다른 곳에서 자금을 구해 그만큼 빚을 갚았다는 뜻이다.

은행권 역시 대기업의 대출 문의로 북새통이다. 회사채 시장에서 돈을 구하지 못한 대기업까지 대출 창구에 몰리며 지난달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전월 말보다 13조7000억원이 늘어나며 10월 동월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 속보치를 집계한 2009년 6월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금융기관에서 기업대출이 크게 늘자 기업들의 이자 부담을 우려하는 시각도 쏟아진다.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2022년 10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10월 전체 기업대출 금리는 5.27%로 전월(4.66%)대비 0.61%포인트 올랐다.

이는 2013년 2월(5.03%) 이후 9년 8개월 만에 5%를 돌파한 동시에 2012년 9월(5.3%) 이후 10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숫자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업대출에 대한 연간 이자부담액이 올해 9월부터 내년 연말까지 최소 16조2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