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채원 기자] 금융당국이 미술품과 한우 조각투자에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이들 업체의 신규 판매가 일정기간 중단될 예정이다. 자본시장법상 규제를 이행하기 위해 투자자 보호 장치를 구비하고 사업구조를 재편해야하기 때문이다.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전일 5개 업체의 한우(1개사) 및 미술품(4개사) 조각 투자가 자본시장법이 적용되는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음악 저작권료 조각투자 플랫폼인 뮤지카우에서 거래되는 상품에 대해 증권성을 최초로 인정한 바 있다.
투자계약증권이란 특정 투자자가 그 투자자와 타인 간의 공동사업에 금전 등을 투자하고,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의 권리가 표시된 것을 말한다.
그간 미술품 투자 플랫폼들은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실물을 사들였기 때문에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금융당국은 “소유권을 분할하더라도 투자자의 수익에 사업자의 전문성이나 사업활동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증권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며 설명했다.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과징금·과태료 부과 등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증선위는 이들 5곳 업체에 투자자 보호 장치 구비 및 사업구조 재편을 조건으로 제재 절차를 보류·유예하기로 했다.
5개 업체는 6개월 내로 사업구조를 재편한 뒤 그 결과를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한다. 또 증선위는 이들 업체에게 발행·유통 겸영 허용 특례를 부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통시장에서의 조각 가격 산정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이 매우 커 투자자의 피해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한우·미술품 조각투자 업체 5개사는 플랫폼 내의 신규 판매가 일정기간 중단되고 자체 유통 시장을 운영하던 업체들은 폐쇄 절차를 밟아야 한다.
미술품 조각 투자업체 테사는 전일 공지를 통해 “금융위원회 발표안에 따라 사업구조를 재편·보강해 나갈 것이다”며 “첫 번째 조치로 현재 서비스 내에서 조각투자가 진행중인 신규작(스콧 칸)은 22년 11월 29일 24시까지만 판매될 예정이며 당국의 승인 전까지 추가적인 신규작 판매는 진행되지 않을 예정이다”고 전했다.
또한, 해당 미술품 조각투자 종료에 따른 마켓 오픈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예정이지만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마켓 서비스 제공이 중단될 수 있으며, 관련된 내용은 가이드라인에 맞추어 추후 별도로 일정을 공지하겠다고도 덧붙였다.
타 미술품 조각투자업체들 또한 투자자 보호 장치 구비 및 사업구조 재편에 대한 당국의 승인 전까지 추가적인 신규작 판매를 진행하지 않을 예정임을 밝혔다. 조각투자업체 관계자는 “아직 업체에게 개별로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은 없다”며 “투자계약증권을 작품 하나하나에 적용 해야 하는지 등의 여부도 아직 안나와서 업계에서는 6개월 정도 예상하고 있고 가능한 한 빨리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지만 향후 신규 작품을 발행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뮤직카우는 증선위에 제재 면제를 의결 받았다. 증선위는 “금융감독원 점검 결과 뮤직카우는 증선위가 부과한 사업재편 조건을 모두 이행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뮤지카우 증권신고서 미제출 등에 대한 제재 면제를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뮤직카우는 다음 달부터 신탁 수익증권 거래를 위한 투자자 계좌개설 신청을 받는 등 후속 조치를 밟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