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브랜드 나이키도 ‘甲의 횡포’

법원, 판매계약 일방적 해지에 6억여원 배상 판결

2013-10-14     박지선 기자

[매일일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판매 부진’을 명분으로 내세워 국내 업체와 맺은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가 거액의 배상금을 물게 됐다.

국내업체 측이 주장하는 손해규모와 비교하면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지만 ‘갑의 횡포’에 외국 브랜도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점에서 판결 내용이 눈길을 끌고 있다.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조휴옥 부장판사)는 국내 중소 골프 유통업체 오리엔트골프가 나이키코리아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나이키코리아가 6억6101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재판부는 “해지 사유에 대한 계약 조건을 볼 때 판매 실적이 부진하다고 해서 곧바로 오리엔트골프의 판매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볼 수 없다”며 나이키코리아의 계약해지가 적법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재판부는 “판매능력이 부족하다고 해도 나이키코리아가 3개월의 기간을 두고 개선을 촉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계약이 제대로 이행됐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만큼 당초 계약기간 예상 영업이익 등을 배상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재판부에 따르면 오리엔트골프는 지난해 1월 나이키의 골프 클럽과 용품을 공급받아 국내에 판매하는 내용으로 2014년 5월까지 계약을 나이키코리아와 맺었지만 나이키코리아는 올해 초 판매가 부진하다며 계약해지를 통보했다.‘판매능력이 현저히 부족해 3개월의 기간을 두고 개선을 촉구했으나 부합하지 못하는 경우’를 해지 조건으로 한 계약 내용을 근거로 제시한 나이키코리아는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후 오리엔트골프에 독점 공급권이 있는 일부 제품을 대형마트에 반값으로 넘기기도 했다.졸지에 동일한 물건이 반값에 시장에 풀리자 위탁판매업체들은 ‘반품하겠다’며 아우성을 쳤고, 오리엔트골프는 위탁판매업체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오리엔트골프 측은 나이키 측의 일방적인 계약해지와 관련해 “판매부진이라는 기준 자체가 애매한데다가 판매부진도 나이키 측의 소극적 마케팅 탓”이라고 맞서왔다.이와 관련 오리엔트골프 관계자는 “자사 제품의 판매 부진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나이키가 오리엔트의 400여 곳 대리점 정보를 축척한 후 직접 판매에 나서려고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오리엔트골프측은 나이키의 일방적 계약해지에 따른 손해 규모에 대해 나이키 측에서 지급보증서를 실행한 23억원과 부동산 근저당 담보 실행 17억, 영업을 못해서 입은 손해 20여억원 등을 포함해 총 70억여원이라고 밝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