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저조한 수익률에 ‘연금런’ 우려
다음 달 만기 앞둔 보험사 퇴직연금 ‘30조원’
일부 증권사 8% 제시…고수익 찾아 이탈 가능성↑
2023-12-01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다음 달 만기를 앞두고 있는 보험사 퇴직연금 규모가 무려 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융권에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금리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고객들이 수익률이 더 나은 쪽으로 자금을 뺄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현금확보가 시급한 보험사 입장에서는 퇴직연금의 무더기 이탈이 유동성 위기로 번질까 촉각을 세우고 있다.
1일 보험업계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으로 보험사들이 운용하고 있는 퇴직연금 자산은 생명보험 71조7873억원, 손해보험 34조9504억원 등에 달한다. 양대 보험업권 퇴직연금 자산을 합치면 100조원이 넘는다. 이 중 약 30%가 내달 만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대 30조원 이상의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보험업계 퇴직연금 수익률은 고객을 잡아둘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금융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44개 퇴직연금 사업자 및 46개 상품판매제공자 등 총 90개 금융사가 12월 퇴직연금 원리금보장형 상품 이율을 공시한 결과 키움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은 각각 8.25%, 8.5%를 제시했다. 은행권은 평균 4%대 후반, 증권업계는 평균 6%대, 일부 증권사와 저축은행 등은 7~8%대 이율을 공시했다. 보험업계는 평균 5%대에 그친다.
최근 금리 추이를 보면 고객 입장에서는 중도해지를 해서라도 수익성이 높은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이 이득이다. 퇴직할 때 미리 정해진 수준의 퇴직금을 지급하는 DB(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금리 차이가 크지 않을 경우, 상대적으로 안전한 은행 상품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퇴직연금 비중이 높은 보험사는 자금이 일시적으로 빠져나갈 경우 유동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푸본현대생명보험(부채 중 퇴직연금 부채 비율 49%), IBK연금보험(32%) 등 일부 보험사의 경우 부채 중 퇴직연금 부채 비율이 30% 이상”이라며 “회사 외형 대비 퇴직연금 운용 비중이 높아 대규모 유출 발생 시 대응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실제로 자금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 8월 생명보험사의 월별 보험금 지급률(보험료 수입 대비 지급 보험금 비율)은 117%까지 높아졌다. 이 비율은 지난 1월과 6월, 7월에도 100%를 넘었다. 생보사가 가입자에게 받은 보험료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황이 올해 들어 자주 발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