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정순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매일일보와 만나 신탁 시장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정교수는 서울대 법학과 출신으로, 호주 멜버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호주 유학 당시 박사과정 지도교수인 고 말콤 스미스 교수의 영향으로 신탁법에 관심을 가졌다. 정 교수의 신탁 연구서로는 ‘신탁법’, ‘신탁법의 쟁점’, ‘금융법시리즈 제7권(신탁법)’ 등이 있다.
정 교수는 자본시장법과 은행법,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많은 금융관련법 입법에 참여했다. 그는 금융위원회의 비상임위원과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등에서 위원이나 비상임이사를 수행했다. 지금은 한국금융투자협회의 자율규제위원장을 지내고 있다. 은행법학회, 금융정보학회, 금융소비자학회의 회장을 역임, 활발한 학술 활동도 하고 있다.
정 교수는 금융규제에 대해 “허용하되 강제하지 않는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신탁법 역시 마찬가지다. 정 교수는 지난해 ‘투자신탁 상 집합투자업자와 수익증권 판매업자의 신탁법상 법적 지위’에 대한 발표에서 “투자신탁 시장참여자들이 합의해 위탁매매, 대리, 중개 등 다양한 구조를 만들 수 있고 특정 법률 형태를 강제하고 있지는 않다”며 “법률관계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익증권판매계약서의 내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정 교수는 일정한 범위의 업자 규제는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민사신탁 업자와 금융신탁 업자 간 업무범위가 구분돼야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자본시장법상 신탁업규제는 자산운용과 금융상품의 제조를 본질로 하는 금융신탁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이론상 타당하다. 민사신탁에 대해서도 금융소비자에 해당하는 위탁자나 수익자에 대한 보호가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일정한 범위의 업자규제는 필요하다”면서도 “금융신탁 영업으로 하는 경우 일반 신탁업자에 비해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신탁에 관한 과세원칙의 정비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짧게 덧붙였다.
정 교수는 패밀리오피스의 업무 확장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입장을 펼쳤다. 정 교수는 “신탁의 자산관리기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업권간의 상생 또는 업무 영역에 대해서는 금융소비자의 관점에서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어떤 제도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 관점이 아니라 이용자 관점에서 설계돼야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문제를 막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조건이 갖춰지면 업무영역 확장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 교수는 지금도 신탁법을 천착하고 있다. 정 교수는 “신탁법은 당사자의 신용위험관리기능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거래의 기초법리다. 신탁업자의 전문성과 신탁의 구조적 안전성을 활용한 공적 역할도 수행할 수 있어 매우 중요한 분야다”며 “금융업계에서도 유용한 자산관리수단으로 금융상품의 제조 기능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신탁법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은 영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의 이론적 발전을 함께 살펴보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단순히 일본의 실무에만 기초하거나 영미의 이론적 성과에만 의존하면 우리나라의 신탁의 전반(이론과 실무 등)을 살피기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