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韓 상륙 ‘페이전쟁’ 재점화

금감원, ‘애플페이’ 약관 심사 검토 ‘편의성’ 우수하나, 사용처 ‘제한적’ 평가 시장 ‘포화’ 상태…‘찻잔 속 태풍’ 그칠 수도

2022-12-04     홍석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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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애플페이의 국내 간편결제 시장 진출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아이폰의 점유율은 34% 정도에 그치지만, 충성 고객이 많아 이미 이용중인 간편결제 앱에서 갈아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애플페이가 우리나라에 들어온다 해도 당장 사용 가능한 곳이 많지 않다. 핵심 기술인 ‘근거리 무선통신’(NFC)를 이용하는 가맹점이 적고, 온라인에선 네이버·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업체가, 오프라인의 경우 삼성페이가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 역시 간편결제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어, 시장은 치열하다 못해 이미 포화상태다. 4일 여신업계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현대카드 애플페이 도입을 위한 약관 심사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약관 심사가 진행 중으로 심사가 언제 종료될지 확실하게 정해지진 않았다. 애플페이는 현대카드와 제휴를 통해 시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현대카드가 1년간 국내 배타적 사용권 계약을 맺고 NFC 단말기가 있는 편의점과 대형마트, 커피 프랜차이즈 등 대형 가맹점 등에서 이용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이디야와 롯데하이마트 등 일부 유통업체에서 근거리 NFC 결제 단말기 교체 작업이 이뤄지면서 애플페이 도입에 대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하고 있다. 애플페이는 네트워크(LTE·5G) 연결 없이도 사용 가능하다. 아이폰 없이 애플워치만 들고 나와도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물론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직접적인 경쟁사인 삼성페이의 국내 시장 영향력이 막강하고, 온라인 결제에선 네이버와 카카오, 토스 등 이용 비중이 워낙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아이폰 이용자가 글로벌 시장 대비해서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애플페이의 성공을 낙관할 수 없게 만든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34.1%에 그친다. 반면 삼성전자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58.4%에 달한다. NFC 방식의 가맹점 확보도 절실하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 가맹점 290만개 가운데 NFC 방식을 사용하는 곳은 10% 미만이다. 게다가 일반 소상공인 입장에선 대당 15만원에서 20만원에 달하는 NFC 단말기 교체 비용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다만 기존 카드사의 경우, 결제시장에서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 가뜩이나 빅테크에 밀려 제대로 된 기량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페이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애플의 진출은 카드사를 위협하기 충분하다. 카드사들 역시 간편결제 앱을 고도화하면서 이용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안간힘이다. 여신업계는 확장력이 우수한 빅테크에 대응해 ‘오픈페이’를 개발 중이다. 오픈페이는 특정 카드사의 간편결제 앱에 다른 회사의 카드를 등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예를 들면 신한카드의 ‘신한플레이’ 앱에 KB국민카드, 롯데카드 등 다른 회사의 신용·체크카드를 등록해 결제할 수 있다. 여러 종류의 다른 카드를 하나의 앱에 등록해 이용할 수 있어 카드를 3개 이상 사용하는 고객에게 유리하다. 이 서비스는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를 제외하고, 신한과 국민 등 은행계 카드사 중심으로 6∼7개 카드사가 협력해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