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위메이드 가상화폐 위믹스의 상장폐지 관련 법원 가처분 신청 심리를 맡았던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기일 직전 사임했다. 이를 두고 이해상충 때문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상장폐지를 결정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 닥사(DAXA)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민간 사업자로 구성돼 있어서다. 더욱이 업비트 모회사 두나무의 3대주주가 카카오이고, 코빗에는 넥슨이 지주회사 엔엑스씨를 통해 지분관계가 성립돼 있다.
이런 이해상충 소지는 상장폐지 결정 과정에서도 절차의 투명성, 정당성 문제를 야기했다. 닥사는 공공기관이 아니다. 시장을 구성하는 민간 플랫폼이다. 사업 규모상 4개 거래소가 가장 크다. 메이저 4사가 공통된 결정을 내린다면 시장 참여자는 이들을 거스르기 힘들어진다. 그로 인해 시장 불균형이 생기고 불공정을 낳는다.
유가증권시장에선 상폐사유가 생겨도 관계당국이 상폐 결정으로 인한 해당 종목 투자자의 피해를 고려해 판단에 신중을 기한다. 소명이나 상폐사유를 해소할 기회도 충분히 준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투자자 신뢰를 얻길 원한다면 위믹스 투자자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더군다나 상폐결정 주체가 공공기관이 아닌 이해관계가 있는 민간 거래소이니 만큼 더욱 신중해야 한다. 상폐결정 뒤 절차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한다. 즉, 이번 결정은 그런 기준 없이 임의적으로 했다는 것이다.
시장 영향력이 큰 민간 사업자들이 합치된 결정을 내리면서 그로 인해 이해상충도 생긴다면 담합 여지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했던 휴대폰 소액결제 서비스 담합 사례를 보자. KG모빌리언스, 다날, SK플래닛, 갤럭시아머니트리 등 4개 소액결제사가 결제플랫폼을 구성하고 있다. 이들 플랫폼은 소비자들이 휴대폰 소액결제 상품 대금을 지정일까지 납부 못할 경우 연체료를 걷기로 공동 합의했다. 또 그 연체료 금액 수준을 공동으로 과도하게 인상・유지함으로써 과징금과 행위 금지명령 등 담합 제재를 받았다. 심지어 KG모빌리언스와 SK플래닛은 검찰에 고발됐다. 이번 상폐결정과 연체료 담합은 성질이 달라보여도 플랫폼이 합치해 시스템을 조정한 점은 같다. 4개 플랫폼 사업자가 동시에 상폐결정을 내림으로써 위믹스를 퇴출하는 데 따른 이해상충 소지를 만들었다.
대한스포츠산업협동조합과 현대체육산업, 지포스텍이 전국체전 경기용 기구 입찰에서 담합했던 사례도 비슷한 시사점이 있다. 본래 조합은 입찰방식으로 전환되기 전 수의계약 제도 아래 수년간 계약을 체결하고 조합 회원사 및 비회원사에게 물량을 배정했던 일종의 플랫폼이었다. 입찰방식으로 바뀌자 특수관계에 있던 현대체육산업과 지포스텍을 들러리로 끌어들여 계약을 유지했다. 이는 플랫폼 사업자의 영향력이 커지면 투명성과 공정성이 저해된다는 교훈을 준다.
대법원이 하급심 무죄 판결을 파기환송했던 이른바 스캘핑 행위에 대한 판례도 있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자본시장법 제178조 제1항 제1호 및 제178조 제2항에서 금지하는 부정거래행위가 있다고 판결했다. 해당 법률에서 정한 부정한 수단, 위계 등의 의미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부정한 행위에 대해 투자자로 하여금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을 해치고 선의의 투자자에게 손해를 전가해 자본시장 공정성, 신뢰성과 효율성을 해칠 위험이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위계는 거래 상대방이나 불특정 투자자를 기망해 일정한 행위를 하도록 유인할 목적의 수단, 계획, 기교 등을 뜻한다. 공공기관이 상폐를 결정했다면 이런 문제는 없다. 위메이드와 이해관계가 있는 4개 민간 거래소가 동시에 상폐를 결정한 것은 투자자 행위를 유인할 목적 등 투명성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