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유 43%↑·밀가루 36%↑…가공식품, 73개 중 70개 올랐다
가공식품 물가 9.4%↑…같은 달 기준 14년 만에 최대
치즈 36%↑·물엿 27%↑·국수 28%↑ 등 대부분 올라
우윳값 인상 따라 치즈·빵 등 가격 또 오를 가능성도
2023-12-04 신대성 기자
[매일일보 신대성 기자] 지난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0%를 기록하면서 증가폭은 둔화했으나, 가공식품 물가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밀가루, 빵, 식용유 등 73개 품목 중 70개 가격이 작년보다 오른데다가 추가 상승 조짐까지 보이면서 서민들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는 1년 전보다 5.0% 상승했다. 같은 달 기준으로는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최대 상승률이지만, 전월(5.7%)보다는 증가폭이 0.7%포인트(p) 축소됐다.
고공 행진하던 소비자물가가 둔화된 모습이지만, 가공식품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가공식품 지수는 113.71(2020=100)로 1년 전보다 9.4% 상승했다. 같은 달 기준으로 2008년(15.6%)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품목별로 보면 73개 품목 중 70개 품목이 1년 전보다 가격이 올랐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오르지 않은 품목은 이유식(0.0%), 젓갈(-0.2%), 유산균(-3.5%) 등 세 개 품목뿐이다.
가격이 오른 품목을 살펴보면 식용유가 전년보다 43.3% 오르며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이어 밀가루(36.1%), 치즈(35.9%), 시리얼(29.1%), 부침가루(28.5%), 국수(28.1%), 물엿(27.3%), 김치(22.4%), 드레싱(20.6%), 카레(20.5%), 잼(20.1%) 등도 물가상승률이 20%를 웃돌았다.
맛살(19.3%), 과일 가공품(18.4%), 고추장(17.1%), 혼합 조미료(16.5%), 빵(15.8%), 기타 육류 가공품(15.8%), 스낵 과자(14.5%), 설탕(13.2%), 북어채(13.0%), 즉석식품(13.0%), 라면(12.6%), 된장(12.4%), 간장(12.3%), 어묵(12.2%), 파이(11.8%), 당면(11.3%), 초콜릿(11.3%), 수프(10.5%), 냉동식품(10.3%), 소시지(10.1%) 등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밖에 커피(8.4%), 소주(8.5%), 아이스크림(8.3%), 파스타면(7.8%), 두부(6.2%), 편의점 도시락(6.0%), 분유(4.0%), 삼각김밥(1.9%) 등도 지난해보다 가격이 올랐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가공식품 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 3월 159.3으로 관련 지수가 도입된 1996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곡물·팜유·대두유 등의 가격이 오른 영향이다.
식품업체들의 비축 물량 소진 시기를 고려하면 국제 원자재 가격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1~2분기 시차가 발생한다.
또 가공식품 물가는 한 번 오르면 쉽게 내려가지 않는 특성을 보입니다. 실제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6월 이후 계속 오름세를 보이다가 지난달 17개월 만에 처음 꺾였다. 하락 폭은 0.1%p에 그쳤다.
오름폭도 가팔랐다.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1%대를 보였던 가공식품 물가는 작년 8월(2.3%) 2%대, 11월 (3.4%) 3%대로 올라섰다. 올해 1월 4.2%대 상승한 후 2월 5.4%, 3월 6.4%, 4월 7.2% 등 매월 앞자리를 갈아치웠다. 이후에도 오름세를 보이더니 지난 7월(8.2%) 8%대에 이어 10월(9.5%)부터는 9%대에 머물고 있다.
가뜩이나 높은 가공식품 물가는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낙농업계와 유가공업체가 원유(原乳) 기본가격을 ℓ당 49원 올리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유뿐만 아니라 이를 재료로 하는 치즈, 아이스크림, 빵 등 가격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우유 가격 인상에 따라 가공식품 물가 상승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당분간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해 물가 안정 기조가 조속히 안착될 수 있도록 추가 정책과제 발굴 및 시행 등 총력 대응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