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쪼그라든 모태펀드 예산…벤처·스타트업界 “투자 축소 우려”

내년 모태펀드 예산 4135억원…전년比 20% 감소 “VC 투자 심리 축소 우려”…중소 스타트업 ‘위기’

2022-12-05     김원빈 기자
지난달

[매일일보 김원빈 기자] 내년 모태펀드 예산 축소가 확정된 가운데, 벤처·스타트업계에서는 투자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내년 모태펀드 예산을 지난달 14일 4135억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올해(5200억원) 대비 20% 감소한 수준이며, 지난해(1조700억원)와 비교하면 61% 쪼그라 들었다.

모태펀드는 중기부에서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하도록 벤처캐피털(VC)를 선정해 나눠주는 예산이다. VC는 이 자본에 추가적인 투자금을 더해 기업에 투자하게 된다. 모태펀드가 벤처·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활성화에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중기부는 지난달 4일 ‘역동적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 방안’을 구체화 했다. 방안은 민간 벤처 모태펀드 조성·글로벌 자본 유치를 위한 스타트업 해외진출 지원·선진 벤처금융기법 도입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중기부 측은 “민간 벤처모기금(펀드)는 펀드 운용 능력과 투자 전문성을 갖춘 대형 VC가 운용해 안정성이 높다”면서 “수익성 중심의 운용 자산 구성이 가능하며 다수의 벤처자기금(펀드)에 분산 출자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라고 민간 벤처 모태펀드 조성에 관한 당위성을 설명했다.

반면, 이러한 중기부의 결정에 대해 일부 벤처·스타트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는 △자금 유동성 축소 △투자 심리 위축 △투자 취약 분야 고통 가중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기부의 결정으로 자금 유동성이 상당히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면서 “시리즈 A에서 B 미만으로 평가 받았던 업체들은 투자금 이동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경영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모태펀드 예산 축소는 VC의 입장에서 봤을 때 투자 결정을 연기하는 중대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VC는 투자 결정을 하는데 있어 외부 소식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중기부는 그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 주체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중기부가 목표하는 민간 벤처 모태펀드 생태계 조성도 단기간 내 실현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식 민간 투자 생태계를 구현하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타당할 수 있지만, 단기간 내 이를 성취하기란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기부의 모태펀드 예산 축소 결정에 논리적 어폐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중기부의 목표처럼 민간 투자 생태계가 향후 활성화돼야 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꼭 모태펀드 예산을 축소해야만 민간 투자가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모태펀드는 모태펀드대로 유지하고, 민간 투자를 장려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간에서 쉽게 투자할 수 없는 부분에 모태펀드가 나서야 하는 경우가 분명 존재한다”며 “민간 투자가 어려운 특정 분야를 모태펀드가 보완할 수 있도록 중기부 차원의 투자가 지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