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주가하락·달러약세’ 이중고
원화강세 추세에 ‘달러 환산 이익’ 감소 불가피
2023-12-05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일명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에게 비우호적인 투자환경이 지속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인상 장기화에 따라 하락한 미국 증시에도 고환율로 선방해왔다. 그러나 최근 환율이 안정을 찾을 조짐을 보이면서 강달러 국면 미국주식을 대거 사들인 서학개미들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5일 업계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2원 오른 1299.9원에 거래를 마쳤다. 12월 첫날인 1일에는 전 거래일보다 19.1원 내리면서 8월5일(1298.3원) 이후 4개월 만에 종가 기준 1200원대로 하락했다. 환율은 지난 10월25일 장중 1444원(연고점)까지 오르며 2009년 3월16일(1488원)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1200원대까지 떨어졌다.
당장 서학개미들의 투자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커진다. 연초 이후 10월 중순까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21.3% 급등했다. 덕분에 보유한 미국 주식 주가나 지수가 떨어졌어도 달러로 환산한 평가 이익이 상당했다. 하지만 최근엔 환율 하락으로 이런 이점을 전혀 누리지 못하게 됐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9, 10, 11월 각각 2억9051만달러, 1억9830만달러, 4억7829만달러어치 미국 주식을 순매수했다. 환율이 1400원을 하회하던 지난 7~8월 순매도하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서학개미들이 9~11월 가장 많이 순매수한 미국 주식은 테슬라로 6억8846만달러어치였다. 9월1일 277.16달러이던 종가는 11월30일 194.7달러까지 하락했다. 순매수 금액이 5억3552만달러로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PROSHARES ULTRAPRO QQQ) 상장지수펀드(ETF)도 9월1일 27.84에서 11월30일 23.56까지 내렸다.
최근 연준의 기준금리 속도조절 기대감이 커진 데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둔화된 경제 지표’가 발표되며 달러 약세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런 현상에 주가가 상승할 수 있지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점, 금리 인상이 끝나지 않았다는 불확실성 등에 증시는 불안한 상황이다. 증권가 역시 달러화 약세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