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200원대 안착할까…"추가 하락" vs "불확실성 여전"
5거래일만에 50원 ↓...긴축 속도조절 기대에 달러가치 뚝뚝
경기침체땐 달러 지위 굳건..."곧 1400원 재반등" 신중론도
2023-12-05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원·달러 환율이 넉달 만에 1300원 아래로 내려가면서 환율이 앞으로 더 하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하락이 추세적 하락 전환이라는 전망과 함께 미국의 긴축 속도도절에도 최종금리 수준이 예상보다 높아지며 다시 1400원대로 회귀할 거란 신중론도 나온다.
5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보다 7.3원 내린 1292.6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일, 4개월 만에 1300원 아래로 내려간 환율이 본격적인 하락 추세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종가 기준으로도 고점(1444.2원) 대비 10.5%나 하락한 수준이다. 환율은 지난달 29일부터 13.6원, 30일 7.8원, 1일 19.1원 내렸고, 2일 0.2원 오르며 보합세를 보이더니, 이날 다시 7.3원 하락하며 5거래일 동안 47.6원이나 내려갔다.
최근의 환율 급락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감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심리에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영향이 크다. 고강도 긴축 우려에 114선을 넘어섰던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최근 104선으로 내려왔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앞서 워싱턴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에서 강연을 통해 "금리가 인플레이션을 제약할 수준에 근접했다"며 "빠르면 12월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최종금리가 9월(4.6%) 회의 당시 생각했던 것보다 높아질 수 있다"며 "상당기간 높은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해 금리 인상은 고수했다.
내년도 기준금리가 5%를 넘어설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최종금리 상향 가능성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속도조절에 더 초점을 맞췄다. 그만큼 시장은 정책당국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 보다는 경제 성장과 금융시장 경색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고 인식한 것으로 판단된다.
금리인상에 따른 효과가 실물 경기에 나타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연준이 속도조절을 꺼냈다는 것 자체가 정책 당국의 시선이 바뀌고 있음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는 13~14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것이 기정 사실화 되고 있지만, 시장의 관심은 최종 금리가 얼마인지, 앞으로 몇 차례 더 인상할 지로 옮겨가고 있다. 12월 FOMC에서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후 내년 0.25%포인트 인상으로 둔화되더라도 인상 횟수가 늘어난다면 위축 심리가 커질 수 있다.
이날 공개되는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와 파월 의장의 발언 등에 따라 달러화가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9월 FOMC 점도표에서는 내년 최대 상단이 4.75~5.0% 였는데 시장에서는 5% 이상의 정책금리가 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1300원 선 아래로 내려간 환율이 추세적 전환이라는 전망과 1400원을 다시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환율이 더 하락할 것으로 보는 측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금리 인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환율이 오를 것으로 보는 측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인 데다 경기침체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환율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 과도하게 오버슈팅한 측면이 있었는데 정상으로 되돌림 되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며 "최근 발표된 미 물가지표나 베이지북 등에서 피봇(정책선회)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어 환율이 앞으로도 계속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내년 미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크고, 미국 경기 침체로 안전자산 수요도 커지면서 1400원대를 다시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속도조절 기대가 달러가 약세를 끌고 온 부분들이 있는데 아직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고 긴축도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서의 안전자신 수요 측면에서 달러 강세 요인이 될 수 있어 아직 추세 전환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화 강세를 아직 안심하기는 힘든 상황이고, 금리 인상폭 둔화는 기정 사실화 됐지만 인상이 언제 마무리 되고 어느 수준까지 올라가냐로 시장의 관심이 바뀌고 있다"며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남아있고, 경기침체가 불안심리 자극해 안전자산 선호로 이어질 수 있어 원·달러 환율이 내년 초 다시 1400원으로 오를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