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후장대, '판교'서 신사업 R&D 역량 펼친다

현대중공업그룹 17개사, 현대제철 이달 사옥 판교로 옮기는 중 앞서 삼성중공업과 두산에너빌리티도 판교로 자리잡아 인재 유입 좋은 지리적 조건에 IT기업들과 협업 시너지 기대

2023-12-06     김아라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조선, 철강 등 ‘중후장대’(重厚長大)가 정보통신(IT) 산업의 메카인 판교에 모여 신사업 연구·개발(R&D) 역량을 펼친다. 딱딱한 제조업 이미지를 벗고 미래지향적인 신사업으로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들은 이달 중 건설이 마무리되는 ‘글로벌 연구개발 센터(GRC)’에 입주할 예정이다. HD현대·한국조선해양·현대제뉴인·현대오일뱅크 등 17개 계열사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마련한 글로벌연구개발센터(GRC·조감도)에 새롭게 터를 잡는다. 지하 5층~지상 20층인 GRC의 연면적은 5만3000여평으로 축구장 18개 넓이다. 마무리되면 R&D와 엔지니어링 인력 5000명이 근무하게 된다. 직원들이 창의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스마트워크 시스템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GRC는 그룹의 기술력을 한곳으로 모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개발과 관련된 기초 연구를 포함해 미래 사업을 위한 신기술을 확보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5월 ‘친환경 전환’과 ‘디지털 전환’에 향후 5년간 21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에 2년 연속 참가하기로 결정하는 등 스마트 조선소 구축, 수소 운송 밸류체인 구축, 자율운항 선박 등 기술 기업으로의 변신하고자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육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GRC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대제철도 이달 중 판교역 인근인 분당구 백현동 크래프톤타워로 이전한다. 현대제철은 2020년 서초구 잠원동 사옥을 매각한 뒤 영업직 직원들이 분산돼 근무하는 등 업무 공간부족과 효율성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현대제철은 서울 곳곳에 분산된 사무소들을 크래프톤타워에 한데 모아 스마트 오피스로 운영하면서 철강업계의 스마트화를 선도하겠단 방침이다. 수수소환원제철과 수소 전기차 소재 사업 등 신사업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중공업과 두산그룹은 일찌감치 판교에 터를 잡았다. 두산그룹은 2020년 정자동에 27층 규모의 신사옥을 건설했고 두산과 두산중공업이 입주해 있다. 삼성중공업 역시 2014년 12월 우수 연구인력 확보와 R&D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판교 R&D센터로 이사했다. 중후장대 기업들이 판교로 모여드는 것은 서울과 가깝고 지방에서 접근하기도 좋아 신사업을 이끌 인재를 유입하기 용이해서다. 또한 주변 IT 생태계를 통해 산업계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협업에도 수월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