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준금리 5% 넘나…연준 내년까지 '빅스텝 행진' 가능성

WSJ "노동시장 과열에 내년에도 공격적 금리 인상" 긴축 장기화 수순..."2024년까지 금리인하 없을 것"

2023-12-07     이광표 기자
미국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긴축의 터널' 출구가 계속 멀어지는 중이다. 미국 유력지와 투자은행 등은 일제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에 예상보다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반적으로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고 둔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임금 상승 압력이 여전한 만큼 현재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높은 수준까지 계속해서 기준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기사에서 연준이 오는 13~14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시장 예상대로 0.5%p 올리는 것으로 올해 금리인상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연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 목표치는 4.25~4.5%가 된다. 2007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문제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연준도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고 있어 내년 중에 가시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판단하고는 있다. 하지만 노동시장 수급불균형에 따른 임금 상승으로 인해 고삐를 풀 수는 없을 거라는 판단이 더 우위에 있을 거란 전망이다. 미국의 임금 상승세, 노동집약적 서비스 부문의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할 때 내년에도 연준이 금리인상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WSJ의 결론이다. 지난 2일 발표된 미국의 지난달 고용 지표가 시장 전망을 훨씬 상회한 것이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11월 비농업 일자리 증가폭이 전망치를 30% 이상 상회한 데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망치의 두 배인 0.6%(전월 대비) 급등해 연준의 고민을 깊게 했다. 이러한 임금 상승세와 노동 집약적인 서비스 산업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연준의 최종금리를 현재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5%보다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신문은 전망했다. 임금이 계속 오르면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연준이 고강도 금리인상을 지속할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1차 관문은 미 노동부가 오는 13일 공개하는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이다. FOMC 첫 날 공개되는 CPI가 강한 물가 상승세를 재확인시켜주면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또 내년 1월 31일~2월 1일 열리는 회의에서 두 차례 연속 빅스텝(0.5%p 금리인상)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연준 기준금리가 5.25~5.5%로 높아진다는 뜻이다. WSJ은 연준이 14일 FOMC 회의를 마치면서 예상 금리 수준도 상향 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9월 회의에서는 내년 기준금리 수준을 4.5~5%로 예상했지만 이번에 새 전망이 나오면 4.75~5.25%로 전망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내년 2월 금리인상폭을 놓고 0.5%포인트를 주장하는 매파(통화긴축 선호) 위원들과 0.25%포인트를 선호하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위원들 사이의 격론이 벌어질 전망이다. 전반적인 물가상승세가 둔화하더라도 노동시장이 계속 과열 상태일 경우 기저의 물가 압력이 여전하다고 판단하는 매파들의 견해에 무게가 실릴 수도 있다. 특히 파월 연준 의장이 측근들에게 '인플레이션 억제에 실패하는 것이 더 큰 실수'라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년에도 매파적 기조가 연준의 기류가 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연준의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더 장기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6일(현지 시각) 마켓워치에 따르면, 얀 해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내년 5월까지 금리인상을 지속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최소 2024년까지는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치우스는 연준이 오는 14일로 예정되어 있는 12월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인상 폭을 0.50%p로 축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해치우스는 다만 연준의 금리인상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며 "내년 1월 25bp 금리 인상을 단행한 후 3월과 5월 회의에서 각각 25bp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며 "3월과 5월 두 차례 추가 인상 이후 2024년까지는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경제가 시장 예상보다 더 견실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연준이 성급하게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