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잉여현금흐름 4분기째 ‘뚝뚝’

벌어 들이는 이익보다 나가는 비용 커진 영향

2023-12-08     홍석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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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국내 상장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FCF) 지표가 올해 들어서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FCF는 기업의 재무적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로 양호할수록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기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들의 잉여현금흐름은 총 7조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현금흐름 수치가 확인되지 않는 일부 규모가 작은 기업은 이번 통계에서 제외됐다. 지난 2021년 1·4분기부터 4개 분기 누적 잉여현금흐름이 105조80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감소 추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3·4분기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미 각 상장사들의 자본적 지출(CAPEX)이 영업현금흐름(OCF)를 넘어섰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쓰는 투자비용이 현금 지출 및 매출, 이익 등 영업활동에 의한 현금 유입보다 많은 경우가 발생하면서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CAPEX는 꾸준히 증가하지만 영업현금흐름이 꺾이며 기업들의 여유자금이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55% 이상의 국내 기업들은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다. 향후 이익 개선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현금 보유량이 많고 잉여현금흐름이 좋은 기업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향후 신규 투자, 인수합병(M&A), 자사주 매입 등 주가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이벤트가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잉여현금흐름과 순현금 비중이 높은 국내 상장사들을 살펴보면 기아는 지난 6일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 대비 잉여현금흐름 비중이 31.4%로 우수하다. 롯데정밀화학(26.5%)과 DB하이텍(24.0%), 영원무역(12.6%), BGF리테일(12.3%), 한화시스템(11.2%), 제일기획(10.1%) 등도 유가증권시장에서 잉여현금흐름이 양호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사들의 이익 하락 추세가 본격화된 만큼 보유 현금이 많은 알짜 기업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강 연구원도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보다 현금을 쥔 기업들이 주주 친화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