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대출 연체 1조 돌파… 금융지원 연장에도 연쇄부실 조짐

4대은행 중기대출 1달 이상 연체액 1조1천억원 달해 부실채권 중 기업대출 83%..."기업 연착륙 지원 필요"

2023-12-08     이광표 기자
코로나19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의 부실화가 수면 위로 부상 중이다. 대출금리가 급등하면서 중소기업이 국내 은행에서 연체한 금액도 급증하고 있다. 이에 올해 들어 크게 증가한 기업대출이 금융권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1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한 금액은 총 1조103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9369억원)보다 17.8%(1666억원) 증가한 수치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액이 같은 기간 대비 28.8%(3443억원)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5.4%(3287억원) 증가해 타 은행 대비 중소기업 대출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우리은행이 6.8%(2311억원), 국민은행이 41.2%(1994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정부의 금융지원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중기 대출 연체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정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다섯 차례 연장했다. 이를 통해 지원받는 차주는 57만명, 지원 금액은 141조원에 이른다. 이에 당장의 부실이 가려져 '착시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실제로 은행 건전성 지표인 부실채권비율(NPL)은 표면상 개선 흐름이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9월 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현황(잠정)'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부실채권은 9월 말 기준 0.38%로 전분기 말(0.41%)보다 0.03%포인트 개선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0.1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총여신이 65조9000억원 증가하는 동안 부실채권은 6000억원 가량 감소한 9조7000억원을 기록한 결과다. 다만 금융권은 이러한 부실채권 중에서도 기업대출이 8조원(82.8%)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은행의 기업대출은 올해 초부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연초부터 가계대출이 감소하면서 은행이 기업대출로 눈을 돌린 데다, 9월부터 회사채 시장이 위축돼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자금 확보를 위해 은행 문을 두드린 결과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국내 은행권의 기업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10조5000억원 늘어났다.  기업대출 규모는 불어나는데 대출 금리까지 약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한은에 따르면 10월 전체 기업대출 금리는 5.27%로 전월(4.66%) 대비 0.61%포인트 올랐다. 9년 8개월 만에 5%를 돌파한 데 이어 상승폭도 24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계속해서 치솟는 금리는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자영업자의 가구당 연간 이자는 160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2020년 5월 0.5%였던 기준금리가 2년 만에 2.75%포인트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늘어난 이자는 440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94조2000억원으로 코로나19 전인 2019년 말보다 309조3000억원 늘었다.  금융권에서는 기업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이들에 대한 연착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부진으로 영업이익이 하락하는 가운데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자금조달 비용까지 높아져 이중고를 겪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채무조정을 통해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은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업대출에 대한 연간 이자부담액이 올해 9월부터 내년 연말까지 최소 16조2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금리인상에 취약한 한계기업의 경우 내년 연말 이자부담액이 연 9조7000억원으로 지난 9월(연 5조원) 대비 9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금융연구기관장들은 이날 이복현 금감원장을 만나 내년 국내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금융산업 리스크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은 "내년 한계기업의 신용 리스크 확대와 대내적으로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 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에 대해 "채권시장이 다소 안정됐으나 향후 불안심리가 재확산할 수 있으므로 긴장감을 가지고 면밀히 살펴 시장 불안 발생 시 적시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