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보다 비싸” 전세대출금리 8% 눈앞
이자상단 7.5%…임대료‧관리비 올리는 추세”
5대 은행 전세대출, 11월 한 달 새 1兆 감소
2022-12-11 김경렬 기자
[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직장인 김 모씨(35)는 1년 전 시중은행에서 1억1000만원 전세대출을 받아 신혼집을 마련했다. 김씨는 달라진 전세대출금리를 보고 어깨가 축 쳐졌다. 다달이 나오는 이자는 39만원에서 앞자리가 세번 바뀌어 62만원으로 올랐다. 처음 대출 받을 때도 기준금리가 높아 우대금리를 적용받고도 4.186% 이자를 내야했다. 금리는 계속 올라 최근 6.910%로 뛰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지난 7일 기준 연 5.93~7.51%를 기록했다. 지난 5일에는 전세대출 상단 금리가 7.7%를 넘기기도 했다. 연 8%대에 다가선 셈이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5대 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3~4%였다. 연말까지 인상폭은 약 3%포인트(p)였다. 전세대출 금리 지표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지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연속 인상 결정에 따라 연신 상승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0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월 대비 0.58%p 오른 3.98%를 기록했다. 2016년 1월 공시 이래 최고치로, 증가 폭도 사상 최대 수준이다.
김씨의 경우도 전세대출금리가 1년 만에 2.724%p 올랐다. 김씨는 “치솟는 금리를 겉잡을 수 없지만 관리비도 10만원정도 올랐다. 가스비가 30%정도 올랐는데, 전기세도 오른다는 말을 들어 우려스럽다”며 “경기 침체라더니 피부로 직접 체감된다.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세 인기는 시들해지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33조657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새 9987억원 줄어든 수치다.
꾸준히 증가해왔던 전세대출은 올해 10월 처음으로 감소했다. 이후 두 달 연속 감소세다. 감소폭(9987억원)은 10월 1351억원에서 7.4배 커졌다.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신규 대출은 줄고, 기존 대출은 상환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중개업자 김 모씨(51)는 “대출 금리뿐만 아니라 임대료‧관리비도 올리는 추세”라며 “아파트 값을 내렸는데도 사는 사람들이 없어 매물이 나오지도 않는다. 전세시장도 마찬가지로 당분간 냉랭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은 측은 “전세 거래 둔화로 인한 자금 수요가 감소하면서 11월 중 은행 가계대출이 줄었다”며 “신학기를 앞두고 전세 수요가 살아날지 모니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세대출 차주들은 SNS를 통해 “이럴 거면 월세나 반전세가 낫다”는 입장도 내비치고 있다. 월세 값보다 전세대출 이자가 더 나가는 경우가 있어서다. 내 집을 마련한 것도 아니라서, 다달이 은행에 납부하는 이자를 줄여야 생활이 안정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KB부동산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 전환율은 3.46%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도 올해 들어 10월까지 전·월세 거래 중 월세의 비율(51.8%)이 전년동기대비 8.7%p 상승했다고 집계했다.
업계에서는 이달 15일 발표될 코픽스에 주목하고 있다.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수신금리를 내리고 있어 전세대출금리는 소폭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