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꺾이지 않는 품격”…진짜 ‘플래그십’으로 돌아온 신형그랜저

웅장한 차체에 최첨단 라이팅 기술 탑재 실내 고급감 부각… ‘쇼퍼드리븐’ 성향 강화 ‘한국형 주행감’ 구현… HDA2 완성도 ‘UP’

2023-12-11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김명현 기자]'이게 바로 플래그십 세단' 지난 8일 미디어 시승회에서 현대차의 7세대 그랜저를 경험하면서 든 생각이다. 그랜저는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등판한 이후 점차 대중성이 부각됐다. 5년 연속 국내 판매 1위를 차지하며 '국민차' 타이틀도 얻었다. 하지만 그랜저는 엄연히 플래그십(기함) 모델이다. 이에 걸맞은 존재감과 품격이 국민차란 수식어로 흐려지는 점이 달갑지만은 않다. 7세대 신형 모델은 대형세단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시승은 경기도 하남에서 의정부의 한 카페를 왕복하는 90km 구간에서 이뤄졌다. 시승차는 가솔린 3.5 엔진을 품은 캘리그래피 트림이다.
우선 첫인상은 긴 전장이 내뿜는 포스와 비례감에 압도됐다. 신형 그랜저의 전장은 이전 모델 대비 45mm 길어진 5035mm다. 제네시스 G80보다 40mm, 기아 K8보다 20mm 더 길다. 화려한 전면부와 심플한 후면부 간의 밸런스도 좋다. 유려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은 후면부의 멋을 살린다. 진화된 라이팅 기술도 돋보인다. 전면부에 가로로 길게 이어진 수평형 LED 램프는 주간주행등과 포지셔닝 램프, 방향지시등 기능이 통합된 일체형 구조로 개발됐다. 이는 웅장하면서도 금속 그물망같이 디자인된 전면 그릴과 조화를 이뤄 흡사 우주선을 연상시킨다. 이 차의 미래지향적 디자인은 젊은 고객층의 유입을 증가시키는 데 한몫할 듯하다.
사진=김명현
운전석에 탑승하면 스티어링 휠(핸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1세대 그랜저의 향수를 담은 원 스포크 스타일로, 뻔하지 않아서 좋다. 핸들 중앙부에는 차량 조작·음성인식과 연계 작동하는 4개의 LED 조명과 드라이브 모드 버튼이 적용돼 있다. 컬럼타입의 전자식 변속 레버도 핸들 뒤쪽으로 이동했다. 덕분에 센터콘솔의 공간이 광활하게 보인다. 각종 공조 콘트롤러는 중앙 디스플레이 하단에 10.25인치 화면으로 통합됐다. 계기반은 여러 디스플레이가 표시하는 숫자들의 향연과 그에 따른 피로감을 의식한 듯 단순화된 그래픽이 눈에 띈다. 2열에선 고급감이 한층 부각된다. 뒷좌석 암레스트에는 오디오 컨트롤러를 포함해 최대 8도까지 눕혀지는 시트 리클라이닝 기능이 탑재됐다. 1열과 동일하게 퀼팅이 적용된 나파가죽 시트도 고급스럽다. 전동식 도어커튼의 작동 수준과 마감처리도 우수하다. 무릎 공간은 주먹이 3개 반가량 들어가며 안락함을 배가했다.
주행감은 호불호를 최소화한 '부드러움과 단단함 사이'다. 제조사는 한국 대표 세단인 그랜저를 통해 물렁하지도 단단하지도 않은 '한국형 주행감'을 구현하고자 한 게 아닐까. 낭창거리지도 빡빡하지도 않은 적당한 페달 답력도 호감이다. 다만 차량의 주 타깃층과 성격을 고려할 때 스피드와 급가속에 최적화된 차량은 아니다. 젠틀한 출발과 부드러운 가속을 지원했다. 머리가 급격히 뒤로 쏠리는 현상을 최소화한 셈이다. 실제 속도감과 상응하지 않는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은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다. 해당 기능은 운전자의 취향대로 단계를 조절할 수 있다. 힘은 넉넉하다. 3.5리터 GDI 가솔린 모델의 경우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36.6kgf·m의 성능을 발휘한다. 캘리그래피 전용 20인치 알로이 휠을 끼운 시승차의 공인 복합연비는 9.0km/ℓ다(사륜구동 기준).
주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반자율주행 기능의 높은 완성도다. 고속도로 주행보조 2(HDA 2)를 활성화한 뒤 방향지시등을 켜니 이전보다 더욱 안정적이고 매끄럽게 차선을 자동으로 변경했다. 시승차는 적극적으로 조향에 개입했고, 특정 구간에서 10~20초가량 운전을 내맡길 정도로 신뢰감을 줬다. 그 밖에 새롭게 탑재된 보스(BOSE) 프리미엄 사운드는 귀를 즐겁게 했다. BOSE의 최신 서라운드 기술인 '센터포인트 360'은 진화된 사운드 튜닝 알고리즘(PSR)을 통해 실감나는 사운드를 구현한다. 또 전 석에 적용된 이중접합 차음 유리와 노면 소음을 상쇄하는 'ANC-R' 기술 등은 높은 정숙성을 제공했다. 총평을 하자면 신형 그랜저는 겉과 속 모두 기존 그랜저를 한 차원 뛰어넘는다. 대중의 지지를 받는 차량은 그만큼 다양한 니즈를 충족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7세대 그랜저는 수많은 고객 니즈를 절충해 고객 만족의 합을 최대화하면서 프리미엄의 새로운 '혁신'을 꾀했다. 현대차의 '얼굴'로 손색이 없다고 느낀 이유다. 가격은 △가솔린 3716만원 △하이브리드 4376만원 △LPG 3863만원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