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꺾이지 않는 물가…내년 전망도 ‘막막’
‘3고 위기’에 내수 여건 최악…수출길도 ‘마이너스’
소비심리 위축…올 인상분 내년 타격 상쇄 어려워
2022-12-11 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김민주 기자] 고물가 기조 속 제조 및 유통업계 전반의 내년 전망치도 어두워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 복합위기’ 심화로 경기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내년 내수 여건이 올해보다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 초부터 식음료 업체들은 가격 줄인상을 단행하며 원가 및 경영제반비용 부담을 방어하고 나섰지만, 당장의 공급가 상향조정으론 예측 불허하게 치솟는 원가‧고환율 리스크를 방어하기에 역부족이란 평이다.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도 분위기 반전을 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의 주요 동력인 수출은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수출(통관 기준)은 1년 전 대비 지난 10월에 5.7% 감소한 데 이어 11월에는 14.0% 줄었다. 수출 부진 여파로 10월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5% 줄었다. 2020년 4월(-1.8%)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크게 감소한 셈이다. 경기 하강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한수출의 기여도가 지난해 2.5%포인트에서 올해 0.8%포인트, 내년 0.3%포인트로 점점 작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외 상황 모두 여의치 않다는 점에서, 내년 상반기에도 식품‧유통업계 줄인상 및 중소기업계의 영업망 축소가 발생할 전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식품업계 최대 화두였던 ‘가격 인상’이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달에도 음료, 아이스크림, 믹스커피 등 제품 가격 인상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올해에만 2회 이상 가격을 올려잡은 곳도 적지 않다.
지난 9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물가안정 간담회를 열고 국내 주요 식품업체 관계자들에게 고물가에 기댄 부당한 가격 인상이나 편승 인상을 자제하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인상 폭을 최소화하거나 인상 시기를 분산하라고 당부했다. 식품물가는 소비자들이 피부로 가장 잘 체감할 수 있는 물가인 만큼, 물가안정을 위한 업계의 협조가 절실하단 설명이다. 앞서 올 국정감사 시즌에 주요 식품제조업체 및 프랜차이즈 수장들은 가격인상을 자제하란 압박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지속 치솟는 물가에 공급가격 상향 조정은 고육지책이란 입장이다. 통상 하반기 원부자재 원가 상승은 이듬해 경영제반비용 설정에 영향을 끼친다. 내년에도 가격 안정화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상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내수·소비 분야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은 올해보다 상대적으로 강도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물가·고금리로 소비 여력이 급속히 줄어드는 상황 속 내년 1분기까지 5% 안팎의 고물가가 관측되는 만큼 할인쿠폰과 같은 소비 지원책을 내년에는 구사하기 어려운 구조여서다. 할인쿠폰이 소비 여력을 키워 물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소비심리도 얼어붙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5%로 상승세가 둔화됐으나 가공식품의 경우 9.4%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특히 생활 필수제가 아닌, 여행·외식·숙박, 내구재, 여가·문화생활 등의 분야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반짝 회복세를 지나 다시 침체 위기에 직면했다. 고물가와 경기침체에 따른 고용 및 소득감소 영향으로 국민들이 소비지출을 축소하고 있는 탓이다.
중소기업계는 최근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원자재 가격 폭등과 유례없는 인력난 등 ‘5중고’에 허덕이고 있다. 영세기업이 대다수인 건설정비업계는 최근 최저임금과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현상 유지도 어려운 실정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 직격타를 맞았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실제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기업은 52.9%였고, 중소기업들의 이로 인해 영업이익이 평균 13.9% 감소했다.
정부는 수출과 투자에 방점을 두고 내년 경제정책방향 마련에 분주하다. 금융·외환시장과 민생·실물경제 전반에 걸친 복합 경제위기 상황에서 결국 수출로 돌파구를 열 수밖에 없단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