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위법에 칼 뺀 정부… 혁신위 멀어지고 규제 늘어난다

정부, 약사법 개정안 시행 '위법 행위 기업 정보 명문화' 업계 숙원 '혁신위 설립', 제약사 위반 행위로 멀어져 제약산업, 글로벌사와 격차 뚜렷… 위법 기업 지원은 형평성 어긋나

2022-12-12     이용 기자
[매일일보 이용 기자] 제약바이오사의 약사법 위반 행위가 확정되면 의약품 이름은 물론, 회사 소재지와 대표자 성명까지 공개되는 법안이 시행됐다. 기업들의 위법 행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업계와 약속했던 ‘혁신위원회’ 설립에 앞서 규제 및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법을 위반한 기업의 정보를 명문화할 수 있도록 약사법을 개정해 최근 공포했다. 이제부터 약사법 위반행위에 따른 행정처분이 확정되면 관련 △의약품 등 명칭 △처분대상의 업종명·명칭·소재지, 대표자 성명 △위반내용·법령 △처분내용·일자·기간 등 내용이 식약처 홈페이지에 5년간 공개된다. 본래 제약사의 법률 위반 정보는 공공기관 정보공개법과 식약처 지침에 따라 공표해왔지만, 법안이 개정되며 공표 방식과 기준 등에 일관성이 생긴 것이다. 특히 행정처분 사실을 자사 홈페이지에만 남몰래 ‘슬쩍’ 공시하고 쉬쉬하는 제약사들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식약처는 "앞으로도 규제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의약품 안전관리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언급된 규제 '혁신'이란 국민의 안전을 위하겠다는 뜻으로, 사실상 제약업계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제약바이오 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며 규제 혁신을 강조했던 윤석열 정부가 오히려 업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배경에 대해 관심이 집중된다. 본래 이전 문재인 정권과 윤 정권 모두 제약바이오 분야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각종 지원책을 마련해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때 업계의 오랜 숙원인 국무총리 직속 ‘제약바이오 혁신위원회’ 설립이 논의됐다. 혁신위는 분산돼 있는 규제 기관을 일원화해 기업 부담을 완화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지난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 업계에 돌아온 것은 지원이 아닌, 무관심과 규제 강화였다. 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설립 과정에서 제약바이오 분야는 빠졌고, 지난달 정부가 지정한 국가첨단전략산업 중에서도 바이오 분야는 포함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 당선 초인 5월, 업계는 혁신위 설립 공약 이행을 요청했는데 오히려 정부는 2달 뒤인 7월 ‘약사법 위반 사실 공표의 내용·방법’을 구체화해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달 2일에는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 혁신위 설립 발판 마련에 나섰다. 업계는 관련 협회를 통해 ‘특별법 개정안 발의를 환영한다’는 입장문까지 내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정부는 보란 듯이 바로 그 다음주 약사법 개정안을 시행, 업계에 대한 규제를 확정했다. 이는 업계가 초래한 ‘자업자득’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몇 달 제약바이오 업계는 연이어 약사법 등 관련 법규를 위반해 국민과 당국의 신뢰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부패방지경영시스템 국제 인증’을 홍보에 활용하던 경동제약과 안국약품은 의약품 리베이트 행위로 행정당국의 처벌을 받았으며, 천혜당제약과 씨엠지제약, 동인당 제약 등은 의약품 관련 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해 식약처의 제재를 받았다. 지난 정권에서도 제약바이오 업계는 신풍제약 리베이트 사건, 바이넥스·비보존 불법 제조 사태 등 관련 법규를 위반해 정부가 처벌을 강화할 명분을 제공했다. D제약사 관계자는 “일부 기업의 위법 행위로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정직한 기업들”이라며 “글로벌사와 격차가 뚜렷한 산업에 막대한 정부 지원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국민들의 인식이 좋지 않다. 형평성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정직한 경영을 1차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